대선 막판 “박지현을 지키자”…2030 여성 결집 바라는 민주당

박광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이 부동층으로 꼽히는 20·30대 여성 표심의 막판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의 이 후보 지지 호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남녀 갈라치기 현실화 우려가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20대 대선 본투표를 이틀 앞둔 7일 20·30대 여성 유권자의 지지세가 커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여성 커뮤니티와 계속 소통하고, n번방 박(지현) 대표가 찬조 연설도 잘해줬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윤 후보에 맞서 (이 후보가) 여성 안전을 일관되게 (주장)하다보니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실제로 (20·30대 여성 지지율이) 8% 이상 확 올랐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여성의 구조적 성불평등을 애써 외면하고 성인지감수성이 제로에 가까운 윤석열에게 (대통령직을) 맡길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해서, 심상정(정의당 후보)을 찍고 싶지만 이번에는 이재명을 찍어야겠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당선을 막으려면 여성 문제를 일관되게 강조해온 심 후보가 아닌 이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자는 ‘사표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도 이날 TBS 라디오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분들을 현장에서 보면 20·30대 여성들이 꽤 많았고, 이쪽(여성) 커뮤니티도 보면 이 후보 측이 훨씬 우세하다”며 “중도 부동층으로 분류된 20·30대 여성 표심이 이 후보로 옮겨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지를 적극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을 보니 격려의 말들보다 ‘이제 신변 위협으로부터 박지현을 지켜줘야 한다’는 호소가 더 많아보였다”며 “여전히 여성의 고통을 다 알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경청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위원장이 최근 이 후보 찬조연설에 나서며 얼굴을 공개하자, 박 위원장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우려하는 여성 청년층 목소리에 이 후보가 호응한 것이다. 박 위원장이 이 후보 SNS에 “이 글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달자 이 후보는 “꼭 승리해서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답했다.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도 이 후보 메시지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에 올라온 이 후보의 여성 커뮤니티 ‘여성시대(여시)’ 회원 인사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34만회를 넘었다. 이 후보는 영상에 첨부한 메시지에서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수준 낮은 행태에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저 역시 많이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힘을 실었다. 유 전 이사장은 전날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에서 “19년 전 제가 하던 개혁국민정당의 지구당에서 남성 당원이 젊은 여성 당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며 “당 여성위원회가 이걸 두고 몇시간씩 회의하는 게 불만스러워 ‘마치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데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 주우며 놀고 있는 애들 같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양상이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 (당시 발언을) 반성하게 됐다”며 “문제제기하는 여성들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20·30대 여성 지지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윤석열,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으로 이어지는 여성 정책 후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흐름이 굉장히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주부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대 남성들도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저 말이 맞다’는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후보의 3%포인트차 승리를 예상했다.

정의당은 이 후보의 여성 표심 구애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는 전날 서울 강남역 유세에서 “요즘 이 후보가 2030 여성표 얻겠다고 애를 무진장 많이 쓰고 있다”며 “초창기에 왔다갔다 하는 거 보지 않았나. 이 후보는 2030 여성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선 초반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제목의 남성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는 등 ‘반페미니즘’ 행보를 보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 후보는 이날 경기 수원시 유세에서도 “민주당이 윤 후보가 대통령 되면 성차별·성혐오가 더 심해지지 않겠냐며 이 후보를 찍어야 된다고 2030 여성들에게 호소하는데 동의하시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에 단호히 ‘나는 페미니스트다’ 선언했는데, 이 후보는 아직 본인이 페미니스트라는 말씀을 안하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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