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약갱신권·전월세상한제 폐기 수순···떨고 있는 세입자

송진식 기자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방향 아파트 단지 모습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방향 아파트 단지 모습

정부가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전담팀을 꾸려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도입 2년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정상화’를 개선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전세시장은 물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안정화되는 추세여서 폐기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안정 훼손, 주거비 부담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27일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택임대차 제도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 대상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이른바 ‘임대차 2법’이다. 본래 전·월세신고제를 포함해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데, 신고제는 유지한다는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부는 “근본적인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차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기능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제도개선 착수 취지를 설명했다. 양 부처는 공동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및 개선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을, 법무부는 해외입법례 및 임대인·임차인 간 법률관계 등을 담당한다.

정부는 ‘제도개선’이라 표현했지만 부동산 업계는 임대차 2법이 사실상 폐기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 중이다. 임대차 2법의 폐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20일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1주일만에 제도개선 TF가 마련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1회에 한해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청구권 행사에 따른 계약 연장 시 임대료 인상을 기존 금액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2020년 7월30일부터 시행돼 도입 2년을 앞두고 있다. 제도가 폐기될 경우 세입자가 법으로 보장받는 임대차 거주기간은 과거처럼 ‘2년’으로 돌아간다. 임대료 인상 상한도 없어지므로 집주인이 원하는대로 임대료 인상이 가능해진다.

서울 잠실나루역 주변의 부동산 점포 밀집지역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서울 잠실나루역 주변의 부동산 점포 밀집지역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정상화’를 제도개선 이유로 들었지만 최근 전세시장은 안정화되는 추세다. 부동산 업체 ‘아실’의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2020년 10월 8000여건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차츰 물량이 회복돼 이날 기준 3만2053건까지 늘었다. KB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을 기록해 6월(6억7792만원) 대비 하락했다. KB국민은행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락한 건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최근 6주 연속 하락 중이다.

시장 정상화를 뒷받침할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제도 폐기를 강행할 경우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들은 임대차 2법을 개정해 오히려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 보장, (갱신계약 만료 후) 신규 임대차 계약에 대한 임대료 규제 장치 도입, 민간 임대시장의 모든 전월세 등록 의무화 및 전월세 통계 공개 등을 정부에 요구 중이다.

제도가 폐기되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갱신청구권제가 폐지되면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다. 부동산R114는 지난 26일 “세입자들이 신규 임차 수요로 편입될 경우 서울 아파트의 월세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월세가격도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전·월세상한제 폐기 역시 집주인들이 과도한 보증금 상향을 요구할 경우 반전세나 월세 등으로 전환하는 등 세입자들의 주거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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