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대통령 안 돼도 지켜준다더니”···정부, ‘위안부 피해’ 외면

윤기은 기자

대한민국 지도자가 해결해야 할 일

일본에 사과하라 말 한마디 없어

윤석열 대통령, 피해자에 더 큰 상처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3월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각국 ‘위안부’ 생존자 및 단체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공개서한 발송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3월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각국 ‘위안부’ 생존자 및 단체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공개서한 발송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나와 손으로 도장을 찍고 싸인도 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이 뭐하는 것인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2일 통화에서 “기가 막힌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지켜준다고 했다.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아서 믿고 있었다”며 “이(위안부) 문제야말로 대한민국 지도자가 해결해야 할 일인데도 아직까지 이렇게 말 한마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인 지난해 9월11일 대구 중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잡고 꼭 안으며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결)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정부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날을 국가가 기념해 제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침묵했다.

광복절에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튿날인 16일 출근길 문답에선 ‘위안부 피해 회복 해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위안부 문제 역시 인권과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라는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용수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망해서) 말도 그렇게 못한다”며 “우리 젊은이들이 올바른 역사를 알아서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게 해야 한다. 법적인 배상, 범죄자 처벌, 진상규명 중에서 한 가지도 제대로 안 된 상황이며, 반드시 사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극우단체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행위와 관련해 긴급구제를 권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긴급구조를 권고하며 “일본 정부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공권력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요시위를 주관하는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위안부를 ‘사기’라고 일컫는 사람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며 “외교나 안보 분야의 한일관계 개선 차원으로 접근해 위안부 문제를 협애화하고 있다. 이슈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소속인 신희석 연세대 국제대학원 법학 박사도 “이 할머니를 비롯한 국내외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절차 회부는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며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고 논리적으로도 궁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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