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같이 흔들리며 북진 중인 ‘힌남노’···6일 남부 지방에 ‘최소’ 시속 90km 바람

강한들 기자

‘힌남노’ 북위 30도 지나며 더 강해져

부산 등 남부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아

저위도 패턴 태풍 좌우 고기압 ‘이례적’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난 4일 중심부로 관입된 건조 공기의 영향으로 팽이처럼 흔들리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난 4일 중심부로 관입된 건조 공기의 영향으로 팽이처럼 흔들리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특징 중 하나는 ‘흔들림’이다. 워낙 규모가 커서 건조한 공기가 빨려들어갈 정도로 강하고, 그래서 흔들림이 크다. 팽이처럼 흔들리며 이동하기에 한반도에 접근한 이후에도 정확한 상륙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폭풍 반경은 140㎞를 웃돌 것으로 보여서 한국의 어느 지역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힌남노’는 규모가 큰 태풍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북위 30도 지역을 지나면서 더 강해졌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 분포다. 북반구에서 고기압은 보통 시계방향으로,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힌남노가 북위 30도쯤을 지나는 시점에 왼쪽에는 티베트 고기압의 오른쪽 면이, 오른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왼쪽이 ‘힌남노’를 팽이치기하듯 돌리고 있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 예보관은 “약한 태풍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지만, 이번과 같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북위 30도에서 다시 강화되는 것은 제가 예보하는 동안 처음”이라며 “태풍 좌우에 고기압이 있는 패턴은 저위도에서 잘 나타나는 패턴인데, 우리나라 부근에서도 이런 패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힌남노와 상륙 지점이 비슷했던 2020년 제9호 태풍 ‘마이삭’과 비교해보면 현재 힌남노의 ‘성장 환경’이 더 잘 드러난다. 우선 남해상의 수온이 2020년보다 높아 태풍이 그 위력을 유지하는데 좋다. 또 태풍은 상층에서 공기를 흩뿌리고 다시 아래층 공기를 끌어올리며 발달한다. 대기 상층의 발산은 힌남노나 마이삭이다 모두 양호했다. 그런데 힌남노는 마이삭보다 중심기압이 훨씬 낮고,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까지 더해져 아래층 공기를 잘 빨아들일 수 있다.

힌남노가 상륙하는 지점은 여전히 부산에서 통영쯤 약 50㎞ 범위 사이로 예측된다. 힌남노는 북진하면서 주변 건조 공기까지 내부로 끌어들였다. 습한 공기와 건조 공기는 밀도가 달라서, 건조 공기가 회전할 때마다 마치 팽이가 휘청거리듯, 50㎞ 이상 좌우로 중심 위치를 옮기며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륙 지점을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경남 서쪽 남해안 지역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경남 거제 인근으로, 유럽 중기예보센터모델(ECMWF) 모델은 부산 인근으로 예측했다.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힌남노가 상륙하는 한반도 위치를 경남 서쪽 남해안 지역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경남 거제 인근으로, 유럽 중기예보센터모델(ECMWF) 모델은 부산 인근으로 예측했다. 기상청 제공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힌남노가 상륙하는 한반도 위치를 경남 서쪽 남해안 지역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경남 거제 인근으로, 유럽 중기예보센터모델(ECMWF) 모델은 부산 인근으로 예측했다. 기상청 제공

상륙 위치와 상관없이 한국의 남부지방 대부분은 힌남노의 ‘폭풍 반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폭풍 반경은 25m/s(90㎞/h) 이상의 바람이 부는 구역이다. 한국에 직접 타격을 줄 때 힌남노의 폭풍 반경은 약 140~160㎞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예상대로라면, 전남 대부분·전북 일부·경남·부산·대구·경북·강원 남부 일부가 폭풍 반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의 왼쪽인 ‘가항 반원’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힌남노와 경로가 유사했던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가 왔을 때도 제주, 남해안이 ‘가항 반원’에 들었지만 큰 피해를 입었다. 한상은 총괄 예보관은 “폭풍 반경 안에서는 태풍 진로의 좌우가 무색할 정도로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태풍 진로의 왼쪽에 들어가면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풍, 호우, 물결 모두 위험…“안전한 곳에 머물러 달라”

힌남노는 제주 인근에 6일 밤 12시쯤, 경남 해안에는 오전 5~6시쯤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5~6일 순간 최대 풍속이 최대 60m/s(216㎞/h)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주, 전남 남해안, 경남 해안, 울릉도·독도에서는 최대 40~60m/s(144~216㎞/h)의 바람이 불 수 있겠다.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전남 서해안에도 30~40m/s(108~144㎞/h)의 바람이 불 수 있다. 그 밖의 남부지방, 충청권, 강원 영서 남부에도 ‘폭풍’에 준하는 20~30m/s(72~108㎞/h)의 바람이 불 수 있겠다.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국에 100~300㎜ 수준이다. 특히 제주 산지에는 최대 600㎜가 넘는 비가 올 수 있다. 남해안, 경상 동해안, 제주,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 등에서는 400㎜ 넘게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6일 오전까지 강수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 지역에 시간당 50~100㎜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시간당 50㎜가 내릴 수 있다.

중부 지방에는 5일 오후~6일 새벽에 강수가 집중되고, 경상권에는 5일 밤부터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제공

중부 지방에는 5일 오후~6일 새벽에 강수가 집중되고, 경상권에는 5일 밤부터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제공

힌남노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약 2시간 이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해안가에서는 밀물 때와 겹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만조 시간은 제주 서귀포가 오전 5시20분, 전남 여수가 오전 5시5분, 경남 마산이 오전 4시48분, 거제 오전 4시41분, 부산 오전 4시31분이다. 기상청은 지난 4일까지 유의 파고(먼 바다의 높은 파도 1/3의 평균 값)로 10m 정도를 예상했지만, 이날 파도의 높이가 12m가 될 수 있다고 수정했다. 한 총괄 예보관은 “우리나라 북쪽에 고기압이 강하게 있으면서, 바람이 강화되며 물결이 더 높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파고 15m를 훌쩍 넘는 큰 파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괄 예보관은 “지금부터는 시설물 관리가 아니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위험 요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서 머물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안전한 곳에 있도록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5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까지 태풍 실황, 분석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현황과 전망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 영상은 기상청 유튜브 ‘옙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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