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위헌적 법률 개정 정책제언’ 국가인권위에 제출

박효순 기자

존엄사 및 호스피스의료의 권위자인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최장석 평산 대표변호사, 김효붕 중부로 대표변호사 등 3인은 6일 ‘존엄한 죽음에 역행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 정책제언’(이하 정책제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다음은 정책제언의 주요 내용이다.

1. 정책 제언 취지

의사 및 변호사의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로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정한 10월 둘째주 토요일인 10월 8일, 호스피스의 날을 기념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말기환자의 질병종류에 따른 호스피스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을 개정하고 의사조력 사망을 법제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국회와 정부에 요구함으로써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권 및 삶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며 광의의 웰다잉 문화를 확산할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윤영호 교수(왼쪽)가 국가인권위에 ‘정책제언’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 제공

윤영호 교수(왼쪽)가 국가인권위에 ‘정책제언’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 제공

2. 정책 제언 배경

대한민국은 다음과 같이 비참한 죽음의 현실이 지속되고 있으나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에 따른 정책이 구현되지 않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후 정책 부실로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30만명의 18-25%에서만 연명의료중단이 이행되어 매우 저조한 현실이다. 또한 과도한 가족에 의한 결정(60%)으로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후에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후 연명의료중단결정등의 복잡한 절차로 인해 오히려 연명의료를 시행하게 되거나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심폐소생술 금지 요청서(Do Not Resuscitate, DNR)를 작성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도록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몇 개 병원에서 발표된 자료로 추정해 보면, 40%정도가 여전히 연명의료를 받고 있고 30%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심폐소생술 금지 요청서(DNR)를 작성하는 관행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과 이후의 이에 대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심평원 보고서에 따르면, 호스피스 이용에 따라 일인당 약 520만원정도의 진료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 이용으로 예상되는 절감된 진료비의 활용 방안이 불투명하며, 절감된 진료비를 광의의 웰다잉를 위한 기금으로 사전적 투자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암사망자 23%, 전체 사망자 6%만이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등 호스피스 이용률이 선진경쟁국보다 현저히 낮으며, 호스피스 이용이 말기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호흡부전 등 5개 질환으로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다른 질병의 말기환자들은 호스피스를 이용조차 할 수 없는 등 존엄한 죽음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질병 부담과 사회적 돌봄 부재로 인해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비참한 죽음의 현실을 직면하고 있으나 국민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뚜렷한 정책적 전환이 없다.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의원이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으로 조력존엄사 법안을 발의해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캐나다, 스페인 그리고 미국의 10개 주 등에서 적극적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호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에서도 허용되면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의사조력자살 금지는 독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으며, 프랑스 대통령실은 내년까지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의 ‘죽음 선택할 권리’ 에 대한 공개토론을 추진하기로 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로 2022년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에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의사조력자살 또는 안락사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9년 81%(서울신문), 2021년 76%(서울의대), 2022년 82%(한국리서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은 의사조력사망에 대해 높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또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결정확대와 함께 유산기부, 유서 쓰기, 후견인 지정, 장례/장묘, 정신적 유산 남기기, 마지막 소원 이루기, 생전장례식 등 광의의 웰다잉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 86%가 찬성했으며,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대통령과 국회 공동 선언에 대해서도 국민 92%가 찬성하고 있어 국가적인 웰다잉 정책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정책 제언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의 인권 보호차원에서 의료소비자의 질병종류에 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침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보장과 의사조력 사망에 대한 입법화 정책을 개발해 국회와 정부에 제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의 경우,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의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이고 합리적이며 진정성 있는 의사결정에 의한 절차를 통해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헌법 제 10조에 근거한 국민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를 위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헌법적인 요구이며 휴머니즘의 구현이다.

조력존엄사 법안의 심의과정에 발견된 문제들을 공동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체계와 조직, 예산이 마련됨으로써 말기환자의 생명경시나 자살 방조가 아니라 남은 기간의 삶의 완성으로서의 광의의 웰다잉이 우리 국민에게 현실이 될 것이다.

호스피스 부족과 질병 종류에 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존엄, 가치, 행복추구권의 박탈이고 인권 침해이며, 법정신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 위반 의견 제출이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가 해결하기 위한 호스피스 시설을 확대하고, 광의의 웰다잉 정책을 병행해 말기 환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선택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호스피스 선택권의 제한과 의사조력사망 입법 부작위에 대한 헌법 위반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는 정확한 죽음의 현실 파악과 웰다잉 공론화를 통한 개인과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근거와 가치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결정을 확대하며, 광의의 웰다잉의 재정 영향을 분석하고 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 인프라 구축, 연명의료 결정 확대, 광의의 웰다잉기금 및 재단 마련 등 광의의 웰다잉 정책을 위한 웰다잉 기본법을 신속히 제정하는 등 국민의 존엄한 삶의 권리로서의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4. 기대 효과

이와 같은 국민적 존엄한 죽음의 불평등 및 위헌적 법률 개정은 첫째, 존엄한 죽음의 사회적 합의와 웰다잉 정책으로 죽음과 관련한 사회적 혼란을 감소시키며 웰다잉문화을 개선할 것이며, 둘째, 호스피스 확대로 지역적 불균형 및 취약계층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고, 셋째, 죽음의 의료화를 방지하고 말기환자의 남은 삶의 질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며, 넷째, 돌봄공동체문화 형성으로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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