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 지을 '초강력 우주 벽돌' 등장…대기압 2억5000만배 거뜬

이정호 기자
달 표면에 있는 토양인 ‘레골리스’를 건축 재료로 사용해 3D 프린터로 지은 달 기지의 상상도. 달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하고, 건설까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구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무거운 중장비나 재료를 로켓으로 공수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유럽 우주국(ESA) 제공

달 표면에 있는 토양인 ‘레골리스’를 건축 재료로 사용해 3D 프린터로 지은 달 기지의 상상도. 달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하고, 건설까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구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무거운 중장비나 재료를 로켓으로 공수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유럽 우주국(ESA) 제공

2009년 개봉한 영국 영화 <더 문>은 달 표면에 깔린 광물 자원인 ‘헬륨3’를 채취해 지구로 운송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헬륨3는 달에 진짜 있는 물질인데,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인 ‘핵융합’을 지구에서 가능하게 하는 원료다. 영화에서는 헬륨3를 채굴하는 임무에 특화된 기지가 등장한다. 기지의 외부와 내부 질감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닮았다. 달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면서 안락한 거주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데 현실 속 과학계가 구상하는 기지의 모습은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번듯하고 다양한 재질의 건축 자재를 달 기지를 짓는 과정에서 쓰려면 막대한 수송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모두 지구에서 로켓에 실어 날라야 한다. 이 때문에 달 표면을 덮은 토양인 ‘레골리스’를 건축 자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에서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레골리스로 초강력 벽돌을 찍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벽돌은 지구 대기압의 무려 2억5000만배를 견딘다. 달 표면에 떨어질 수 있는 운석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달 발사 예정인 아르테미스 1호를 계기로 본격화된 인간의 달 재착륙 계획과 상주 기지를 건설하려는 노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69년 7월2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자신의 발자국을 찍은 사진. 달 표면에 덮여 있는 토양인 ‘레골리스’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69년 7월2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자신의 발자국을 찍은 사진. 달 표면에 덮여 있는 토양인 ‘레골리스’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 현지에서 건축자재 조달
최근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달 표면에 수m 두께로 깔린 레골리스를 이용해 초강력 벽돌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라믹스 인터내셔널’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진짜 레골리스와 성분이 똑같은 모의 레골리스를 이용해 이번 연구를 했다.

레골리스는 암석 부스러기와 먼지 등이 뒤섞인 달 표면의 토양이다. 과학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달 기지를 지을 때 쓸 건축 자재로 레골리스를 주목해왔다. 3D 프린터에 레골리스를 재료로 넣은 뒤 달 현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려는 것이다.

3D 프린터는 원격에서 설계대로 입체 형상의 물체를 만드는 장비다. 특정한 지역에 생산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 지구에서는 간단한 공구 제작부터 군대에서 대형 진지를 건설하는 일까지 3D 프린터가 해내고 있다.

3D 프린터로 달 기지를 지으면 이점이 많다. 무엇보다 운송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지구에서 건설 중장비와 벽돌 같은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고도 수백㎞에 불과한 지구 저궤도에 물체를 올리는 데에도 1㎏당 로켓 발사 비용이 보통 수천만원씩 들어간다. 하물며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까지 수t에 이르는 물자를 수시로 수송하려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돈을 써야 한다. 그런데 3D 프린터를 달에 갖다 놓고 레골리스를 이용해 월면에서 벽돌을 척척 찍어낸다면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인간 상주기지 건설 ‘탄력’
연구진은 3D 프린팅 중에서도 ‘바인더 제트’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바인더 제트의 핵심은 밀가루로 빵을 만들면서 계란을 섞는 것처럼 견고함을 더해주는 액체 결합제를 섞는 것이다. 연구진은 결합제로 소금물을 사용했다. 연구진을 이끈 라나제이 고시 센트럴 플로리다대 교수는 대학 공식 자료를 통해 “바인더 제트 기술은 세라믹 같은 재료를 다루는 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레골리스는 일종의 세라믹 재질이다.

연구진은 특히 레골리스로 찍어낸 벽돌을 1200도로 구웠더니 엄청난 강도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무려 대기압의 2억5000만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뎠다. 지구의 자연계에서는 이런 압력을 구경할 수도 없다. 지구 중심 압력도 약 350만 기압에 그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달 재착륙을 향한 ‘아르테미스 계획’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2025년에 유인 달 착륙을 성공시킨 뒤 조속한 시일 안에 인간이 상주할 기지를 지을 계획이다. 오는 14일(현지시간)에는 사람을 태우지는 않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사용할 로켓을 처음으로 쏴 달 궤도까지 보내는 시도가 이뤄진다. ‘아르테미스 1호’ 발사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주된 목적은 <더 문>에서처럼 자원 채굴이다. 사람이 며칠 머물고 가는 것이 아니어서 기지는 튼튼해야 한다. 대기가 없는 달에선 운석 등 다양한 충격이 기지로 날아들 수 있기 때문인데, 연구진의 초강력 벽돌 제조 기술로 방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진은 “레골리스를 활용하는 기술을 발달시킬수록 다양한 천체에서 기지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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