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수놓는 ‘환희의 곡예’···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선명수 기자

4년 만에 내한한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국내 초연

공중그네·불·후프 등 활용한 10가지 고난도 곡예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의 ‘플라잉 트라페즈’ 공중곡예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의 ‘플라잉 트라페즈’ 공중곡예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에 흩날리는 눈보라 사이로 두 곡예사가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가느다란 끈과 서로의 몸에만 지탱한 채 이들은 함께 날아오르기도, 서로의 몸을 포개며 낙하하기도 한다.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운 공중 곡예 장면마다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2018년 <쿠자> 공연 이후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뉴 알레그리아>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1994년부터 20년간 전 세계 255개 도시에서 1400만명이 관람했던 대표작 <알레그리아>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공연이다. <뉴 알레그리아>는 코로나19로 한동안 투어를 중단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지난해 11월 투어를 재개하며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태양의 서커스의 이동식 공연장 ‘빅탑’ 안에 들어서면 쇠락해가는 왕국을 상징하는 독특한 왕관 모형의 무대와 계단 위 낡은 왕좌가 눈에 들어온다. 막이 오르면 이곳은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가상의 왕국이자 동시에 따뜻한 우정과 연대가 공존하는 동화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관련 기사 : 서울로 이사온 거대한 ‘서커스 마을’, 74일간 문 열고 떠납니다)

왕이 죽는다. 무시받던 왕의 어릿광대가 왕좌를 차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때 자신들이 누렸던 권력에 취해 ‘인간 탑’을 쌓아가며 하늘로 오르는 귀족 세력, 거대한 바퀴와 불을 활용해 역동적인 묘기를 선보이는 거리의 신흥세력 ‘브롱크스’, 이 두 세력의 대립 속에 우아하게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엔젤’들이 왕국을 누빈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아크로 폴’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아크로 폴’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파이어 나이프 댄스’ 중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파이어 나이프 댄스’ 중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곳곳에 담겨 있는 상징과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 흥미롭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난도 곡예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가수 2명이 공연 내내 부르는 노래에 맞춰 19개국에서 온 곡예사 53명이 각기 다른 색깔의 10가지 곡예 장면을 선보인다. 긴 장대 위에서 곡예사들이 도약하거나 층층이 탑을 쌓는 ‘아크로 폴’을 비롯, 나란히 흔들리는 공중 그네 위에서 두 명의 ‘엔젤’이 아슬아슬한 곡예 비행을 펼치는 ‘싱크로나이즈드 트라페즈 듀오’, 14명의 곡예사가 트램펄린을 이용해 역동적인 아크로바틱과 덤블링을 보여주는 ‘파워 트랙’ 등 눈 떼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공연의 백미는 10m 높이에 설치된 4개 공중 그네 위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대담한 도약을 보여주는 ‘플라잉 트라페즈’ 장면. ‘엔젤’들이 무대 한쪽 공중 그네에서 날아올라 허공에 몸을 던지면 맞은편 그네에 무릎으로 매달려 있던 ‘브롱크스’ 두 명이 이들을 받아낸다. 고난도 기술은 물론 완벽한 호흡과 타이밍이 중요한 이 공중 곡예에 관객 역시 숨죽이게 된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스노우 스톰’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스노우 스톰’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저먼 휠’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저먼 휠’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난도 곡예 사이엔 어수룩한 광대 콤비가 등장해 귀여우면서도 재치 있는 촌극으로 관객들을 웃긴다.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 뒤덮는 종이 눈꽃이 폭풍처럼 불어닥치는 명장면 뒤에는 기쁨과 화합의 결말이 찾아온다.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환희’ ‘기쁨’ ‘희망’을 뜻하는 단어. 지난달 작고한 태양의 서커스 간판 연출가 프랑크 드라고네가 어린 시절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살 때 주민들이 힘들 때마다 외쳤던 ‘알레그리아!’라는 말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마이클 스미스 예술감독은 지난달 프레스콜에서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관객들이 무엇을 원할지 고심했다”며 “기쁨으로 가득한 세상에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다. 유튜브가 대체하지 못하는 라이브쇼의 특별한 순간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1월1일까지.

2022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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