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바둑기사다”라는 당신…‘버추얼 아이돌’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최민지 기자

가상 캐릭터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버츄얼 휴먼과 인간이 그룹 구성도

사생활 문제 자유롭고 소통 활발

“쉽게 자주 대화···친근하게 느껴져”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 뮤직비디오 ‘리와인드’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 뮤직비디오 ‘리와인드’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경기 김포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 6학년 양우빈·신지호·박시우·윤인호군과 박서연양(이상 12)은 쉬는 시간이면 한데 모여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네, 고세구 등 각자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전날 라이브 방송에서 얼마나 재치 있었는지, 목소리가 얼마나 예뻤는지가 대화 소재다. 그런데 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세계 아이돌, 줄여서 ‘이세돌’이라 불리는 6인조는 실제 인간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만든 ‘버추얼 스타’들이다.

사이버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상의 캐릭터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20세기 말 등장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사이버 가수 ‘아담’과 비슷한 듯 다른 이들은 색다른 매력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이세계아이돌 (ISEGYE IDOL) - 리와인드 (RE:WIND) Official MV

이세계 아이돌은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버추얼 아이돌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젝트로 결성됐다. 약 150명의 버추얼 스타 중 경쟁을 뚫은 6인(아이네·릴파·징버거·비챤·주르르·고세구)이 멤버다. 지난해 12월17일 디지털 싱글 앨범 <리와인드>로 데뷔해 곧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세계 아이돌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데뷔곡 ‘리와인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년 만에 1200만번 가까이 재생됐다. 음원 또한 벅스와 가온차트에서 각각 1위, 멜론에서 36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버추얼 아이돌은 속속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데뷔한 ‘레볼루션 하트’는 국내 최초 버추얼 보이그룹으로 버추얼 유튜버인 잭과 오뉴, 제미니, 류로 구성돼있다. 지난 10월 첫 디지털 싱글 앨범 <트리거>를 공개하며 서울의 영화관 3곳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는데, 1100여개 좌석이 티켓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

지난 6월 데뷔한 보이그룹 슈퍼카인드. 멤버 중 한 명인 세진(가운데 위)은 버추얼 휴먼이다. 딥스튜디오 제공

지난 6월 데뷔한 보이그룹 슈퍼카인드. 멤버 중 한 명인 세진(가운데 위)은 버추얼 휴먼이다. 딥스튜디오 제공

버추얼 캐릭터보다 사람에 가까운 외형의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과 한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6월 데뷔한 보이그룹 슈퍼카인드다. 6인의 멤버(유진·건·대이먼·시오·JDV·세진) 중 메인보컬인 세진은 버추얼 휴먼이다. 전형적인 ‘꽃미남’의 얼굴을 한 세진은 뮤직비디오 속에서 인간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춤을 춘다. 그는 데뷔 후 공개된 소개 영상에서 “사람들이 나 보고 AI(인공지능)니 로봇이니 하는데 나는 그냥 정세진”이라고 말한다.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가수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목소리나 노래 실력, 뛰어난 외모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첫 번째로 꼽는 강점은 활발한 소통이다. 버추얼 아이돌이 사이버 가수 아담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 뒤 사람이 있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외 투어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인간 아이돌과 달리 인터넷이 연결된 환경이라면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팬을 만날 수 있다. 이세계 아이돌, 레볼루션 하트의 멤버들은 유튜브 채널과 트위치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수시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라이브 방송도 한다.

이세계 아이돌 멤버 아이네의 팬인 윤인호군은 “다른 아이돌은 스케줄도 많고 라이브 방송을 켜도 사람이 많아 소통한다는 느낌이 덜한데 이세계 아이돌은 쉽게 자주 대화할 수 있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생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우려도 적다. 인간 아이돌의 경우 학창 시절 학교 폭력 의혹 등 과거 사생활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수를 꿈꾸는 사람 입장에서도 버추얼 아이돌은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다. 재능과 끼가 있다면 누구나 신상 노출 없이 캐릭터 안에서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소녀리버스>.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첫방송은 크리에이터와의 협의 문제로 연기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최초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소녀리버스>.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첫방송은 크리에이터와의 협의 문제로 연기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은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방송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소녀 리버스>는 국내 최초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버추얼 캐릭터들이 가상 세계에서 5인조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각각의 캐릭터 뒤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연자 예상 리스트가 온라인에 도는 등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당초 지난달 28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소녀 리버스>는 하루 전 돌연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카카오엔터 측은 콘텐츠 제작과 방송 송출 등 활용과 관련해 일부 버추얼 캐릭터 크리에이터(제작자)와 협의를 마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녀 리버스> 외에도 버추얼 아이돌의 캐릭터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가 활용 범위 등과 관련해 잇따라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버추얼 캐릭터의 상업적 활용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관련 매뉴얼 등의 정비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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