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단체-특전사동지회 참배 예고에 “일방적 정치쇼” 비판 확산

고귀한 기자
1980년 5월 27일 오전 7시쯤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마무리한 계엄군이 도청 앞 광장에서 ‘검은 베레모’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갈무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사진 크게보기

1980년 5월 27일 오전 7시쯤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마무리한 계엄군이 도청 앞 광장에서 ‘검은 베레모’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갈무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오는 19일 5·18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고 공동선언식을 하기로 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일방적 화해에 불과한 정치쇼’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반발 기류에 당초 참여하기로 했던 5·18 3단체 중 유족회는 불참을 선언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특전사 동지회와의 합동 참배는 올바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5·18가해자들에게 부역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5·18 3단체는 전날인 13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9일 특전사동지회와 5·18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7일 5·18 3단체가 계엄군 사망자를 참배한 데 이은 후속 행보다. 특전사 출신 인사들이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또 매년 5·18민주묘지와 국립서울현충원 합동 참배를 정례화한다는 내용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같은날 진행하기로 했다.

추모연대는 “특전사동지회는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군홧발로 짓밟은 3·7·11공수여단 등 예비역들의 단체”라며 “왜 저들에게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해서 면죄부를 주려 하느냐”고 말했다.

오월어머니집도 입장문을 통해 “국가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이 발포명령과 암매장의 진실도 밝히지 않는데 화해와 용서라니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국민과 5월 영령들을 기만하는 정치쇼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5·18 3단체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충영 5·18부상자회 회원은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 누구를 용서하고, 누가 화해를 한다는 것이냐”며 “결국 국민들과 지역사회의 극한 분열을 불러올 것이다”고 말했다.

합동 참배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행사 당일 5·18 3단체와 특전사동지회 등 참석자들은 특전사 군가인 ‘검은 베레모’를 함께 제창하기로 했는데, 검은 베레모는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마무리한 직후인 80년 5월 27일 오전 7시쯤 계엄군이 도청 앞에서 모여 부른 승전가다.

특전사동지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8월 20일 작성된 이 글은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고 있다. 5·18단체 회원들의 항의에도 해당 글은 현재까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5·18 단체 관계자는 “5·18계엄군이 시민들을 학살하고 부른 승전가를 함께 부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이냐”며 “학살 주범인 정호용(전 특전사령관), 최세창(전 3공수여단장) 등은 사과를 하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있는데 일부 회원들과의 포옹과 화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5·18 유족회는 불참을 결정했다. 유족회 측은 “행사 이후에도 진실규명을 위한 양심선언과 수뇌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공감해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5·18 당시 계엄군 진압으로 광주시민 355명(당시 사망 165명·행방불명 78명·부상 이후 사망 112명)이 희생됐다. 현충원에 안장된 계엄군의 상당수는 ‘군인 간 오인사격’으로 숨졌다. 13명이 오인사격으로 숨졌고 시민군과 교전 중 사망자는 5명이다. 2명은 차량사고, 2명은 사망경위가 명확하지 않다. 국방부는 2020년 이들의 사망경위를 모두 다시 조사해 ‘전사’에서 ‘순직’으로 변경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