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다음달부터 히말라야 ‘단독 트레킹’ 금지···가이드 고용해야

선명수 기자
네팔의 인기 트레킹 코스인 안나푸르나 서킷. 위키피디아

네팔의 인기 트레킹 코스인 안나푸르나 서킷. 위키피디아

다음달부터 네팔 히말라야 지역을 트레킹하기 위해서는 현지 가이드나 포터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8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관광청은 외국인 관광객이 히말라야 국립공원에서 가이드 없이 ‘단독 트레킹’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지에 등록된 트레킹 업체를 통해 가이드나 포터를 의무적으로 대동하고 트레킹에 나서야 한다.

이는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약 240㎞ 길이의 안나푸르나 서킷을 포함해 네팔 트레커정보관리시스템(TIMS)의 적용을 받는 모든 코스에 해당되는 규정이다. 이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가이드나 포터 없이 홀로, 또는 일행과 함께 자유롭게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카트만두시 일대 등 히말라야 국립공원 밖에서는 혼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여행객이 홀로 트레킹에 나서다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마니 R 라미크하네 네팔 관광청 대변인은 “해마다 40∼50명이 트레킹 중 실종된다”면서 “새 규정은 안전한 트레킹을 위한 것이자 여행객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팔 정부는 2017년에는 에베레스트산을 포함해 히말라야에서 등산객이 혼자 등반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네팔 정부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4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등산과 트레킹을 위해 히말라야 국립공원을 찾았다. 이 가운데 약 4만60000명이 혼자 트레킹에 나섰다. 지난해 ‘나홀로 트레킹’에 나선 관광객은 2만2000명이다.

네팔 정부는 새로운 규정이 관광업계에 약 4만여개의 일자리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관광업 위축에 직면한 네팔 정부는 이번 규정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필요한 ‘팀스(TIMS) 카드’ 발급 비용도 인상했다.

다만 ‘나홀로 트레킹’을 선호하는 트레커들은 새 규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지에서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하면 여행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홀로 트레킹을 즐기고 싶은 이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 해당 규정이 외국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두고서도 불만이 나온다. 네팔의 일부 전문가들도 자유로운 ‘나홀로 여행객’의 트레킹을 제한하는 조치가 오히려 관광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카트만두포스트는 전했다.

이에 대해 라미크하네 대변인은 “트레킹 비용이 올라가겠지만, 정부는 가이드 비용을 고정해두지 않고 열어뒀다”며 “(여행객들이) 그룹으로 트레킹을 하면서 가이드는 1명만 고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히말라야의 얼음이 점차 얇아지고 있으며, 돌발적인 날씨 변화 등 여행객들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해 면허가 있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네팔에서는 매년 400명의 관광객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의 실종 원인이 나홀로 등산 때문인지, 혹은 트레킹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1월에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한 곳인 ‘토롱라 패스’에서 홀로 트레킹을 하던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현지 여행업계는 이 같은 결정을 환영했다. 닐하리 바스톨라 네팔 트레킹에이전시협회 회장은 “트레킹 중 죽거나 실종되는 이들의 대다수는 현지 지형에 대한 이해 없이 홀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가이드가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레킹 가이드 비용은 현재 하루에 25~50달러 정도로, 여행객들의 예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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