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 넘어 재능과 노력으로 다시 쓰는 ‘신데렐라’

이영경 기자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하얀 피부의 인어공주 에리얼에게 익숙한 이들에게 짙은 피부의 에리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을까?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실사판은 개봉 전부터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다. 외모에 대한 조롱과 인종차별적 발언이 이어졌다. 개봉 이후엔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문이다. 인어공주는 신체 절반이 물고기인데, 상반신 피부색이 문제인가? <인어공주> 실사판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개봉 나흘 만에 전 세계에서 1억8580달러(2456억원)를 벌어들였다.

디즈니 왕국의 ‘공주’들만큼이나 인종의 벽이 높은 곳이 있다. 바로 발레다. 발레는 ‘하얗게 칠해진’ 장르였으며 인종차별이 심했다. 하지만 이곳에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흑인 발레리나들이 있었다. 흑인 최초로 미국 최고의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로 승급해 흑인 최초로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을 맡은 미스티 코플랜드가 대표적이다. 코플랜드의 회고록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동글디자인)가 출간됐다.

미스티 코플랜드. 위키피디아

미스티 코플랜드. 위키피디아

부유한 엘리트 자녀들이 하는 예술이었던 발레에 코플랜드는 여러모로 이질적인 존재였다. 13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고, 토슈즈 하나 사 신기도 힘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백인 우월주의의 높은 벽을 넘고 2015년 ABT의 수석무용수가 된다.

어머니의 잦은 재혼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이동해야 했던 어린 소녀에게 발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인종에 대한 편견, 체격 변화, 부상 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솔리스트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이제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무대에 선다. 발레를 잘하는 법이 아닌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플랜드는 ‘발레계의 신데렐라’로도 불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신데렐라 역시 금발에 하얀 피부를 지녔다. 이제 ‘신데렐라’의 역사도 다시 쓰인다.

[책과 책 사이] 피부색 넘어 재능과 노력으로 다시 쓰는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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