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자들 처우개선 열릴까…“정부, ILO 권고 따라야”

조해람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교섭 실시 및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교섭 실시 및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교섭에 나가 봐도 사측 대표인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핑계만 댑니다. 우리가 어떤 걸 요구해도 총인건비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 정해진 임금인상률 안에서만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 기재부 경영지침이나 혁신지침에 어긋난다….”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 대표인 이재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은 공공기관 노·사 교섭 실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각 공공기관과 교섭하지만, 그 내용은 결국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인건비 통제가 강화되면서 교섭을 통한 처우 개선은 더 어려워졌다. 이 지부장은 “법령도 아닌 단순 지침인데도 기재부가 예산을 틀어쥐고 평가를 해대니 공공기관은 꼼짝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공공기관 운영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라’고 권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지부장은 “우리 요구가 정당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윤석열 정부는 ILO의 권고에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에 ‘ILO 권고에 따라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적극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ILO는 지난 17일 한국 정부에 “정부의 지침이 개별 기관의 단체교섭에 실질적인 틀로 작동한다”며 “지침이 공공기관 단체교섭에 개입하지 않도록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15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이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 관련 ILO 핵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ILO에 진정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교섭 실시 및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교섭 실시 및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그간 교섭으로 처우를 개선하려 해도 매번 ‘지침의 벽’에 가로막혔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의 용역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140여 곳에서 철도공사 노동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임금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섭에 나가니 사측은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4.3%의 임금만 인상하겠다고 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책부장은 “정부와 기재부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 즉시 ILO 협약 위반을 사과하고, 잘못된 지침들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노조를 배제하고 탄압하면서 각종 정부 지침과 경영평가제도를 악용해 민영화, 인력감축, 구조조정, 직무성과급제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하고 있다”며 “공공기관혁신가이드라인’을 당장 폐기하고, 각종 정부 지침들을 노정교섭의 방식으로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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