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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처럼 친근하게 다가온 청년, ‘1인2역’ 사기꾼이었다

강연주 기자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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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이 전 재산과 다름없던 수천만원을 가로챘다. 수개월 동안 다져진 관계는 ‘거짓’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의 돈을 빼앗기 위한 밑작업이었다. 사기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피해자가 항의를 하자, 가해자는 태도를 돌변하며 “신고하면 사흘 안에 당신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창원지검 거창지청(지청장 최재만)은 사기 및 보복협박 등 혐의로 A씨(21)를 구속기소했다.

피해자 속이려 1인2역에 ‘신고하면 가족 죽이겠다’ 협박까지

A씨는 도박자금, 게임아이템 구매 비용에 쓸 목적으로 피해자 B씨(59)를 상대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4월14일부터 3개월가량 B씨가 종업원으로 일하는 편의점에 자주 방문해 말문을 튼 뒤 신뢰 관계를 쌓았다. A씨는 수사기관에 “아주머니(B씨)가 순박해보였고 ‘돈이 많다’고 슬쩍 과시를 했는데 쉽게 믿는 것 같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속이기 시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B씨가 근무하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다량 구매하거나, 편의점 인근으로 고급 승용차를 끌고 오는 모습을 보이며 재력을 과시했다. 하루는 B씨가 “젊은 친구가 어떻게 이 정도 돈을 마련한거냐”고 묻자, A씨는 “아는 형이 ‘함○○’이라는 투자전문가인데, 그 형 덕에 수익을 올렸다.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가 거론한 ‘함○○’이라는 투자전문가는 꾸며 낸 가공의 인물이었다. A씨는 ‘함○○’이라는 대화명의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B씨와 연락하며 그로부터 1650만원가량을 받아냈다. A씨는 투자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B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를 이용해 게임아이템 367만원어치를 구매하기도 했다.

B씨가 피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8월 무렵이다. B씨는 A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말했지만, A씨는 도리어 “신고해봐라”면서 “내가 당신 딸내미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어떻게 해주겠다. 나는 징역 해봤자 1~2년”이라며 협박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고향 후배(18)를 상대로도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후배에게 ‘급전이 필요해서 아이폰13 공기계를 싸게 판매하겠다’며 거짓말을 하고, 후배로부터 125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같은 범행 이후 입대해 현재 군인 신분이다. 다만 이 사건은 입대 전 범죄 사건이라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 사건을 수사한 박진현 거창지청 검사는 “사기 범행 위주로 송치된 사건을 수사해 보복 협박 사실 등을 인지하고, 카카오톡 대화와 속기록 등을 검토해 함께 기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A씨는 현재 피해자들로부터 갈취한 금전 상당수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가족이 대신 나서서 합의와 피해 금액 변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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