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 합창했다’는 윤 대통령의 독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제기하고, 평화협정의 출발점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정견이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전임 정부를 싸잡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발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69주년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합창” “허황한 가짜평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허위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두 적이라는 저차원의 인식과 논리 비약에 색깔론까지 겹쳐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토록 저급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한 것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한 체제 보장의 일환이었음은 웬만한 이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사안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포함됐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구두로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세번째 제안한 이후에는 한·미 양국이 구체적 문안까지 협의했다. 미국은 종전선언 후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으로 나올 것을 우려하면서도 종전선언을 배척하지 않았다. 미국도 인정한 종전선언을 추진한 것이 반국가세력으로 비난받을 이유가 되는가.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한반도 긴장을 키우고 있다. 차기 통일부 장관에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내정했다니 남북관계를 어디로 끌고 갈 작정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유일한 냉전의 섬으로 남은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성패에 상관없이 폄훼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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