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후 ‘달라질 눈’ 미리 보세요

김태훈 기자

국내서 ‘휴대용 모델 눈’ 개발

가톨릭대 황호식·김은철 교수팀
단초점·다초점·연속초점 종류별
시야 다른 인공수정체 비교 가능

휴대용 모델 눈으로 촬영한 야간 도로. A: 단초점 인공수정체, B: 향상된 기능의 단초점 인공수정체, C: 다초점 인공수정체, D: 연속초점 인공수정체. 여의도성모병원 제공

휴대용 모델 눈으로 촬영한 야간 도로. A: 단초점 인공수정체, B: 향상된 기능의 단초점 인공수정체, C: 다초점 인공수정체, D: 연속초점 인공수정체. 여의도성모병원 제공

주부 양모씨(69)는 백내장 수술을 받은 직후 빛 번짐 증상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 백내장 때문에 뿌옇게 보이던 시야가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 뒤에는 바로 환하고 밝아질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어두운 곳에서는 불빛이 번져 보였다. 다행히 이런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졌다. 그 뒤로 양씨는 주변에서 백내장 수술을 앞둔 이들을 만날 때면 인공수정체 종류별로 시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유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 전 여러 종류의 인공수정체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휴대용 모델 눈’이 개발됐다. 백내장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하지만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았다. 의사 역시 인공수정체 삽입 후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모델 눈을 활용해 보다 직관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게 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황호식 안과 교수와 부천성모병원 김은철 안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진은 백내장 수술에 활용되는 다양한 인공수정체의 특성을 비교 경험할 수 있는 휴대용 모델 눈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눈의 역할을 재현하는 이 기기는 인공각막과 인공수정체, 수조, 대물렌즈, 카메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초점, 다초점, 연속초점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수정체를 시험해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눈에는 홍채 뒤에 투명한 안구 조직인 수정체가 있다. 이것이 들어온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상을 맺게 한다. 백내장은 이 수정체가 혼탁해져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되는 질환으로, 수정체에 혼탁이 발생한 위치와 정도, 범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시력 감소가 나타난다.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 어려운 선천성 백내장과 달리 후천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노년 백내장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 외상이나 염증, 전신질환 등의 원인으로 백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으로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면 약물치료만으로는 시야를 맑게 하기 어려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초음파로 혼탁이 생긴 수정체의 내용물을 제거한 후 환자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공수정체는 단초점, 연속초점, 다초점 세 종류로 구분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모델 눈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다음 실외에서 보이는 건물과 도로의 주·야간 풍경을 촬영했다. 이와 함께 먼 거리부터 가까운 거리까지 각기 촬영된 영상의 해상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초점과 연속초점 인공수정체를 통해 볼 때는 단초점에 비해 원거리의 건물이 좀 더 흐리게 보였으며 밤에는 광원 주위에서 달무리가 관찰됐다. 해상도 측정에서 다초점과 연속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와 원거리가 잘 보였고, 향상된 기능의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보다 중간거리에서 높은 해상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백내장 수술 전 환자에게 휴대용 모델 눈을 활용해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면 인공수정체의 종류별 특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호식 교수는 “이 연구는 백내장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세상을 미리 보여주는 첫걸음으로, 특히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수술 후의 불만족이나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테스트해 비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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