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오늘도 ‘패소할 결심’?··· 윤석열 징계소송 재판부 “좀 요령있게 물어봐라”

김혜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2176명이 포함됐다. 조태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2176명이 포함됐다. 조태형 기자

“대리인이 봐도 좀 질문이 부적절하지 않나요?”

“완전히 가정에 가정을 더한 다음에 의견을 추가해서 물어보고 있습니다.”

“좀 요령있게 물어봤으면 합니다.”

‘원고 윤석열, 피고 한동훈’ 재판에서 재판부가 법무부 측 대리인단을 잇달아 혼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22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의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구 전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는데, 윤 대통령이 이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했을 때 부장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법무부 측 대리인은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부로부터 여러 번 꾸지람을 들었다. 질문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고, 묻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잘못된 증언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채널A 사건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가 조사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는데, 법무부 측은 구 전 고검장에게 ‘인권부 조사로 채널A 사건 수사가 지연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질문의 요지가 뭔지 모르겠다. (법무부 측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뒤 의견을 추가해 묻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며 저지했다.

법무부 측의 모호한 질문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직접 증인신문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무부 측 대리인이 “원고가 채널A 사건 일체를 중앙지검에서 수사하도록 지시한 뒤 대검 내에서 이견이 제시된 적 있냐”고 묻자 재판부는 “대검 부장들 중 이견이 있었냐고 묻는 거냐. 특정해서 질문하라”고 했다. 이후에는 “제가 질문을 고쳐서 개입신문하겠다”며 아예 법무부 측 질문을 대신 설명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측이 주신문에서 나온 질문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약 한시간 동안 구 전 고검장에게 대검 부장회의에서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는데, 법무부 측이 같은 내용으로 신문을 진행하자 “요령 있게 질문하라”며 답답함을 표한 것이다. 재판부가 “주신문에서 나온 질문을 왜 또 물어보는 것이냐”고 묻자 법무부 측 대리인은 “중복돼 보일 수 있지만 질문의 뉘앙스나 문맥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구 전 고검장은 이날 본인이 채널A 사건 진상조사 방식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증언했다. 1심은 윤 대통령이 수사권이 없는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점을 근거로 감찰방해를 징계사유로 인정했는데, 그 아이디어를 본인이 윤 대통령에게 제공했다고 한 것이다. 구 전 고검장은 “감찰이나 수사로 넘어가기 전 중간단계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대검 인권부에서 하도록 총장님께 건의했다”고 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