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조울증이 함께 왔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백준서 PD

“소개팅할 때 보통 ‘뭐 좋아하세요?’ 물어보잖아요. 전 ‘안 해본 게 뭘까요’라고, 대답해요.”

학원 강사, 옷 가게, 시민단체 활동가, 비건 카페 사장, 강연자, 작가…스물 아홉 인생 동안 거쳐간 직업만 10개가 넘습니다. 다재다능이거나 변덕 때문 만은 아닙니다.

이사고 작가는 스스로를 ‘ADHD의 표본’이라 부릅니다. 집중의 밀도와 빈도는 높지만, 지속되지 않습니다. 한 달 넘게 공들여 작업한 빈티지 매장을 하루만 딱 열고, 팔아치운 적도 있습니다. ADHD와 평생을 함께 살아 온 이사고 작가를 지난달 이틀에 걸쳐 자택에서 만났습니다.

작가 이사고가 지난달 8일 제주도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백준서·최유진 PD

작가 이사고가 지난달 8일 제주도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백준서·최유진 PD

이 작가는 취미와 예술, 실용을 넘나드는 관심과 열정을 두고 ‘시식용 재능’이라고 부릅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ADHD의 특성상 그는 수십 개의 취미와 직업을 경험했습니다. “실은 어느 하나 1등이 되지는 못했다”고 고백한 이 작가는 “여러 일을 할 수 있게 만든 ADHD를 좋아하면서도 미워한다”고 털어놓습니다.

ADHD 환자의 80% 이상이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합니다. 이 작가는 ADHD와 함께 조울증도 앓고 이습니다. 들쭉날쭉한 집중력과 변화, 여기에 우울감과 조증이 넘나들면서 이 작가의 삶은 커다란 파도처럼 일렁이고 부서집니다. 청소년기 이전부터 이런 일들을 겪었지만, 조울증 진단을 확인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내가 살아있잖아요
이 모든 과정의 의미는 제가 아직 전복되지 않았음에 있다고 생각해요

조울증 환자의 10명 중 3명 이상 자살 시도를 합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집니다. 20대에 조울증을 진단받은 이사고 작가는 남은 긴 생애에서 그 병과 함께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지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조증이 심해지는 아침에 쇼핑 페이지에서 충동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밤이 되면 주문 취소 버튼을 누릅니다. 여전히 가끔 누군가에게 충동적으로 말 실수를 한 뒤 자책의 늪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ADHD, 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약 먹는 것을 평생 놓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입니다. 이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유쾌하게 조울증 건너기>를 냈습니다.

이 작가의 어쩌면 오히려 유쾌해 보이는 삶의 여러 모습을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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