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복원된 ‘왕의 길’ 광화문 월대·현판, 15일 만난다

도재기 선임기자

문화재청, 15일 시민 참여 기념식서 공개

고종 때 경복궁 중건 시점 기준으로 복원

새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 도금 글자’

“경복궁·광화문 역사성·장소성 살릴 듯”

15일 ‘광화문 월대·현판 복원 기념식’을 앞두고 11일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인 광화문 일대(왼쪽)와 문화재청의 복원 이미지. 조태형 기자, 문화재청 제공

15일 ‘광화문 월대·현판 복원 기념식’을 앞두고 11일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인 광화문 일대(왼쪽)와 문화재청의 복원 이미지. 조태형 기자,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의 정문이자 서울 도심의 대표적 상징물인 광화문의 월대와 현판이 마침내 복원돼 15일 일반에 공개된다.

광화문 현판도 고증 결과에 따라 현재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자’를 ‘검정색 바탕에 동판 도금의 금색 글자’로 복원했다. 기존 광화문 옆의 해태(해치)상도 복원된 월대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월대와 현판 복원의 기준 시점은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이끈 경복궁 중건(1865~1868) 당시다.

광화문 월대·현판의 복원은 일제강점기 등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철거와 훼손·이전 같은 숱한 수난을 겪은 경복궁, 광화문 일대가 100여년 만에 고유한 역사성·장소성·상징성을 한층 회복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원된 광화문 월대와 현판은 15일 오후 광화문 앞 광장에서 열리는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을 통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은 12일 누리집을 통해 “‘100년 만에 다시 새로 열리는 역사의 길’ 등의 문구와 함께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이 15일 오후 5시 개최된다”고 공지하고 기념식에 참여할 시민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광화문 월대, 경복궁·광화문 역사성 드높여

1890년대에 촬영된 광화문 전경으로 난간석으로 둘러싸인 월대와 해태상 등이 보인다. 도서출판 서문당 제공

1890년대에 촬영된 광화문 전경으로 난간석으로 둘러싸인 월대와 해태상 등이 보인다. 도서출판 서문당 제공

광화문 월대는 2018년부터 5년여 진행된 문화재청의 발굴조사·복원공사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월대(月臺)는 조선시대 핵심 건축물 앞에 지상보다 높게 조성한 특별한 공간이다. 계단·난간 등으로 기존 공간과 구분되는 월대는 국가 중요 행사,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 등으로 활용됐다. 현재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종묘의 정전 등 일부 주요 건축물에 남아 있다.

월대 복원은 옛 문헌 기록·사진자료 조사 연구와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그동안의 연구·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월대는 1866년 3월 조성됐다. 전체 규모는 발굴조사에서 남북 길이 48.7m, 동서 너비 29.7m이며, 중앙에 있는 광화문 중앙문과 이어지는 너비 약 7m의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 등이 확인됐다. 남쪽에는 어도와 연결되는 중앙과 양쪽 계단 등 3개의 계단도 조성했다. 이 같은 조성 내용은 흥선대원군이 이끈 경복궁 중건 공사 과정(1865년 4월~1868년 7월)을 기록한 ‘경복궁 영건일기’(일본 와세다대 소장), 1890년대 이후 전해지는 사진자료 등에서 확인됐다.

복원공사가 마무리 중인 광화문 월대(왼쪽)와 1923년경 촬영된 광화문과 월대 모습. 조태형 기자,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복원공사가 마무리 중인 광화문 월대(왼쪽)와 1923년경 촬영된 광화문과 월대 모습. 조태형 기자,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기증한 광화문 월대 장식 서수상(왼쪽)과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서수상이 놓였던 자리(원). 문화재청 제공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기증한 광화문 월대 장식 서수상(왼쪽)과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서수상이 놓였던 자리(원). 문화재청 제공

월대는 경복궁과 광화문의 건축적 핵심 요소이자 조형적·기능적 건축물이었으나 1923년 일제가 전차 노선을 깔면서 인근 의정부·삼군부 터와 함께 훼손됐다.

문화재청은 월대 복원 원칙으로 ‘전통 재료·기법을 적용해 진정성 있는 복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1920년대에 철거된 뒤 동구릉에 보관된 난간석 등 부재 50여점을 찾아 복원에 활용했다. 특히 사라졌던 월대의 동물조각상(서수상) 한 쌍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의 기증에 따라 지난 8월 돌아와 월대의 온전한 복원에 큰 역할을 했다. 광화문 월대 복원과 관련, 전문가들은 훼손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장소성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근현대 역사 속에서 우리 궁궐, 문화유산들이 겪은 역사성·장소성 훼손과 변형을 온전히 회복해 그 가치를 물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더 역사적·장소성을 가진 옛 한양, 그리고 미래가치를 가진 서울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점에서 보면 월대 복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현판, 부실 복원 등 갖가지 사건 속 10여년 만에 복원

광화문 현판도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자인 지금의 현판(왼쪽)이 고증에 따라 검정색 바탕에 동판 도금의 금색 글자 현판(복원 이미지)으로 바뀌어 내걸린다. 문화재청 제공, 경향신문 자료사진

광화문 현판도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자인 지금의 현판(왼쪽)이 고증에 따라 검정색 바탕에 동판 도금의 금색 글자 현판(복원 이미지)으로 바뀌어 내걸린다. 문화재청 제공,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로 내걸리는 복원 현판과 현재 걸린 현판의 가장 큰 차이는 바탕색과 글자색이다. 2010년 제작돼 내걸린 지금의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자지만 복원 현판은 검정색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글자로 마감된 금색이다. 크기도 조금 커져 현재는 가로·세로 3905·1350㎜지만 복원 현판은 가로·세로 4276·1138㎜이다. 글자체는 기존처럼 경복궁 중건을 기준으로 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한자 해서체다. 현판 재료는 강원 양양군 등에서 벌채한 수령 200년이 넘은 적송이다. 기존 현판은 각자장(글자를 새기는 장인)이 현판 제작을 거의 전담했으나, 새 현판은 목재를 켜고 건조한 뒤 현판 틀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과 각자, 단청 작업 등에 각 분야 장인들이 참여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 현장에서 현판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새 현판은 기존의 흰색 바탕, 검은 글자에서 검정 바탕, 금색 글자로 바뀔 예정이다. 조태형 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 현장에서 현판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새 현판은 기존의 흰색 바탕, 검은 글자에서 검정 바탕, 금색 글자로 바뀔 예정이다. 조태형 기자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 현판 복원 과정에서 원형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 광화문 전경 사진.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 현판 복원 과정에서 원형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 광화문 전경 사진.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2010년 광복절에 내 건 현판이 갈라지는 등 부실 복원이 드러나 재제작에 들어간 가운데 2011년 4월 당시 현판을 수리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광복절에 내 건 현판이 갈라지는 등 부실 복원이 드러나 재제작에 들어간 가운데 2011년 4월 당시 현판을 수리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판 복원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2010년 광복절에 지금의 현판을 내걸었으나 3개월 만에 일부가 갈라지고 뒤틀리면서 큰 파문을 낳았다. 현판의 건조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부실한 복원 때문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 행사 일정에 맞추느라 무리하게 내걸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2010년 12월 내건 현판은 임시로 수리하면서 재제작 복원이 결정됐다. 복원 과정에서 바탕색·글자색이 논란을 빚었다. 흰색 바탕의 검은 글자가 아니라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로 기존 현판의 바탕색·글자색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경복궁의 흥례문·근정문·근정전 현판 등은 모두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다

2016년에는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소장된 검은색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자로 보이는 사진이 발굴됐다.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과 이후 새로 발굴된 자료, ‘경복궁 영건일기’ 등을 통해 경복궁 중건 당시 광화문 현판의 원형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로 2018년 최종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를 바탕으로 현판의 규격과 글자 크기, 현판 색상, 글자 마감 등에 대한 원형 고증과 전통적 시공 방안을 전면 검토해 적용했고, 최근 복원을 완료했다.

원래 자리 가까이 간 해태상,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릴까

광화문 월대·현판 복원으로 원래 자리 가까이로 간 해태상 모습(왼쪽)과 옛 사진 속 해태상 모습.  조태형 기자, 서문당 제공

광화문 월대·현판 복원으로 원래 자리 가까이로 간 해태상 모습(왼쪽)과 옛 사진 속 해태상 모습. 조태형 기자, 서문당 제공

광화문 월대가 복원되면서 광화문 앞 양쪽에 서 있던 해태(해치)상도 월대 남쪽 끝 부근으로 옮겨졌다. 원래 해태상은 지금의 정부서울청사 정문 인근 등에 세워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태는 신령스러운 상상 속 동물로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뿔을 하나 가진 양을 닮은 모양의 동물로 특히 사람과 세상의 옳고 그름, 도리에 맞는 것과 어긋나는 것을 가리는 시비곡직(是非曲直)을 상징한다.

시비곡직 판단에 따라 그르거나 어긋날 경우 뿔로 받아넘긴다는 정의의 동물로도 인식됐다. 이에 따라 조각상으로 궁궐·관청의 건축물 앞에 세워지거나, 각종 장신구의 문양 등으로 활용됐다.

실제 광화문은 물론 경복궁의 근정전과 청덕궁 인정문, 덕수궁 중화전 등에 해태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선비들의 문방구, 여성들의 노리개 장식 유물로 남아 있다. 현재 국회의사당, 대검찰청 인근 등에도 해태상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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