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리력 행사, 윤희근 청장 취임 후 급증…민갑룡 청장 때보다 77% 증가

이유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권도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권도현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인 윤희근 청장의 재임기간(12개월) 물리력 사용 횟수가 월평균 936건(총 1만123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임 직전 동일기간(12개월) 월평균 644건보다 45% ,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민갑룡·김창룡 청장 때의 월평균 물리력 사용 횟수보다 각각 77%, 62% 많은 수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15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물리력 사용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42개월간 총 2만8165건의 물리력 사용보고서가 작성됐다. 경찰관은 권총, 전자충격기(스턴건·테이저건), 분사기, ‘중위험 물리력’ 이상의 경찰봉·방패, 기타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한 경우 경찰청 예규인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물리력 사용보고서를 작성해 소속기관의 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 숫자는 2020년 6191건에서 2022년 9490건으로 53.2%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총 5789건이 작성됐다. 사전 경고 없이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밝힌 보고서는 총 7499건(26.6%)으로 전체 보고서의 4분의 1이 넘었다.

경찰은 상대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당한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했다. 대상자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2만6291건 중 권총을 실제로 사격한 경우가 11건, 경고 사격이 7건이었다. 전자충격기는 613회 사용됐고, 신체적 물리력을 사용한 경우는 1810회, 경찰봉 사용 횟수는 45건이었다.

경찰청이 제출한 ‘물리력 사용보고서’ 통계(2020년 1월~2023년 6월)를 경찰청장별로 분류한 표. 통계를 운영하지 않는 수사계와 경비계 등은 제외된 수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공

경찰청이 제출한 ‘물리력 사용보고서’ 통계(2020년 1월~2023년 6월)를 경찰청장별로 분류한 표. 통계를 운영하지 않는 수사계와 경비계 등은 제외된 수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공

경찰청장별로 통계를 나눠보면 직무대행 기간을 포함한 윤희근 청장 재임 1년간 월평균 보고서 작성횟수가 가장 많았다. 민갑룡 청장 때 526건이던 월평균 보고서 작성 횟수는 윤 청장 재임기에 월평균 936건으로 77% 증가했다. 전임 청장인 김창룡 청장 때(575건)보다도 62% 늘어났다.

경고 없는 물리력 사용 비율과 단순소란에 대한 물리력 사용 비율도 급증했다. 경찰은 윤 청장 재임 1년간 구두 경고 없이 총 3209건(28.56%)의 물리력을 행사했다. 월평균 267건으로 재임 직전 동일기간 월평균 177건의 약 1.5배다. 단순소란으로 인한 물리력 사용은 월평균 269건으로, 직전 동기(167건) 대비 61% 늘었다. 유형별로는 수갑사용이 3085건으로 직전 동기(1930건) 대비 59% 증가했다. 스턴건 사용은 13건에서 24건으로 84%, 신체적 물리력은 155건에서 202건으로 30%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윤희근 청장 취임 후 물리력 사용이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 영향도 있다”며 “112신고 건수를 비교해보면 거리 두기 해제 이전에는 월평균 150만건에서 해제 이후 200만건까지 늘었다. 범죄 신고 건수 자체가 늘다보니 물리력 사용 보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들어 공권력 강화를 강조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발생한 잇단 흉기난동 사건 이후 정부·여당이 경찰관 ‘면책 범위’를 최대한 넓히겠다고 밝힌 터라 공권력 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달 4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며 총기와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고,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도 적극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용혜인 의원은 “위해성 경찰장비와 경찰 물리력 사용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며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정도에 그치는 현재의 규정으로는 과도한 물리력 사용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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