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초 멕시코 성소수자 선거 법관, 자택서 숨진채 발견…“LGBTQ 위한 강력한 목소리 잃었다”

최서은 기자

바에나 판사,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

“사인은 불분명” 당국, 사망 사건 조사

멕시코서 첫 성중립 여권 획득한 인물

죽음 추모·진상 조사 촉구 집회도 열려

헤수스 오시엘 바에나 판사. 인스타그램 캡처

헤수스 오시엘 바에나 판사. 인스타그램 캡처

중남미 최초이자 멕시코의 유일한 성소수자 선거 법관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38세.

1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아과스칼리엔테스주 선거법원의 헤수스 오시엘 바에나 판사가 이날 오전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 검찰청은 자택에서 그의 파트너의 시신도 함께 발견됐으며, 이들은 날카로운 흉기 등에 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에나 판사는 지난해 10월 멕시코 선거 법관으로 임명되면서 중남미 최초의 ‘논바이너리’ ’(Non-binary·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 선거 법관이 됐다. 그는 사망하기 불과 몇주 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성중립적 용어로 된 사법부 증서를 받았고, 지난 5월에는 멕시코 최초의 성중립 여권을 발급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자신의 사회관계방서비스(SNS)에 “저는 논바이너리인 사람”이라면서 “여성으로 보이거나 남성으로 보이는 데 관심이 없다. 이것이 내 정체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저를 위한 것”이라며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주 선거법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오늘 우리 동료인 바에나 판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알린다”며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르투로 살디바르 전 멕시코 대법원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평등과 LGBTQ 사람들의 권리를 위한 강력한 목소리를 잃었다”면서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바에나 판사는 그동안 성소수자 권리 증진을 위해 관련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하이힐을 신거나 치마를 입고 출근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레트라S의 알레한드로 브리토는 “바에나 판사는 논바이너리 공동체에 닫혀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그의 죽음이 외부의 인물에 의한 의도적 살인인지 개인적 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첫 현장 조사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제3자가 있었다는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멕시코 안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당국이 사망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살인인지 사고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날 멕시코에서는 바에나 판사를 추모하며 그의 죽음이 성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전역에서는 매년 많은 성소수자들이 살인으로 희생되고 있으며, 바에나 판사 역시 수많은 살해 위협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영어권 매체는 이날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they’라는 대명사로 그를 지칭했다. ‘They’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3인칭 단수 표현으로, ‘커밍아웃’한 영국 유명 가수 샘 스미스도 자신을 ‘they’로 불러달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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