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퇴출 못해” 산유국들 반대에 기후총회 합의문 도출 진통

노정연 기자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마지드 알 수와이디 COP28 사무총장(왼쪽)과 마리암 알헤이리 UAE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마지드 알 수와이디 COP28 사무총장(왼쪽)과 마리암 알헤이리 UAE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핵심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합의를 두고 참여국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퇴출과 관련한 선언이 이번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주요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합의문 도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COP28 정상회담에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둘러싸고 각국이 충돌하며 석유와 가스 사용 종식 합의를 이행하려는 시도가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오는 12일 폐막을 앞둔 COP28에서는 최종 공동선언문에 화석연료 감축안이 어떤 형태로 담기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1년 COP26에서는 합의문 발표 직전 인도와 중국 등의 반대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감축’(phase down)으로 조정된 바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저개발국과 기후변화 취약국 등 80여개국은 최종 합의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명시하는데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이에 반발하며 화석연료 퇴출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최근 회원국들에게 공문을 보내 “탄소배출이 아닌 화석연료 형태의 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어떤 문구나 해법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가이스 총장은 공문에 화석연료 사용 중단 압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계획이 “우리 국민들의 번영과 미래를 위험에 빠르린다”고도 강조했다.

공문은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OPEC+ 회원국에 발송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기후활동가들이 2023년 12월 9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석 연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활동가들이 2023년 12월 9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석 연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총회는 회원국 만장일치에 의해 합의가 성사된다.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합의가 무산된다는 점에서 OPEC의 압력은 합의문 도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와 관련한 내용이 아예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유럽 기후 싱크탱크 E3G의 알덴 마이어 연구원은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OPEC가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OPEC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요 산유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논의하되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퇴출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탄소포집 기술 등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UN기후과학패널 등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파티 비롤 대표는 “현재 상태라면 CCS(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석유 및 가스 부문의 배출량을 감당할 만큼 규모가 커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기후환경단체들과 저개발국들 대표단 사이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결국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회원국인 사모아의 세드릭 슈스터 환경장관은 올해 COP28이 화석연료 퇴출 반대 논쟁으로 인해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바이에서의 남은 한정된 시간을 감안할 때 협상의 속도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도 현재까지 화석연료 퇴출 합의에 대한 명시적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조정해야 할 이슈가 너무 많다”며 “총회 참가국들이 화석연료의 미래에 관해 합의하지 못한다면 올해 기후 정상회의는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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