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합니다”···‘우사일’ 울려 퍼진 콘서트장

14일 서울 중구 오픈스튜디오에서 가수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싱어롱 콘서트+토크쇼 현장. 김송이 기자

“자, 목풀기랑 전주는 생략할게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린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싱어롱(따라 부르기) 콘서트 무대에 오른 가수 하림이 키보드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하림이 첫 소절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를 선창하자 악보를 손에 든 관객 30여명의 후창이 이어졌다. 노래 제목과 같은 마지막 소절은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이날 열린 ‘우사일 싱어롱 콘서트’는 하림과 사회적기업 ‘프로젝트퀘스천’이 두 번째로 진행한 따라 부르기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충남 당진 용광로 사고 10주기인 2020년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제목의 시에 노래를 짓고 따라 부르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알음알음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이 널리 알려졌다. 하림은 “‘그 쇳물 쓰지 마라’보다 좀 더 일상에 와닿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사일’을 만들었다”며 “직장 갑질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결국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곡을 썼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져 지난 9월 공개된 ‘우사일’도 따라 부르기 방식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노래를 직접 부르는 영상이나 ‘나는 ○○○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글귀를 ‘우사일’ 해시태그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콘서트에 초대받은 30여명도 그런 게시자들 중 하나였다.

가수 하림과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한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콘서트를 찾은 시민들은 잔잔한 멜로디와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사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전봉근씨(35)는 “요즘 사회의 아픔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다들 너무 지쳐있는 와중에 이렇게 다독임을 받는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유루시아씨(34)는 노래 중 ‘일하다 다치면 엄마 가슴 무너지고’라는 구절을 들으면 특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씨는 “청소년들이 직업체험을 하다가 다치는 일도 있고,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 같은 우리 교사들 일도 생각나 공감됐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선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과 하림의 사전 녹화된 대담도 상영됐다. 이 국장은 “한국은 소득수준에 걸맞은 일터의 현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서 “일부 대기업이나 노조를 빼면 비정규직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와 비교해도 산업재해 위험이 압도적으로 높고 노동시간이 길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래만큼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이 없는데 ‘우사일’처럼 잔잔한 노래가 그러한 사회적 공간을 내줄 것 같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14일 서울 중구 오픈스튜디오에서 가수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싱어롱 콘서트+토크쇼 현장. 프로젝트퀘스천 제공

이날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사일’을 함께 부르며 내가 일하는 이유를 곱씹는 동시에 일하는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김애경씨(48)는 “앞에 있는 저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자주 느낀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등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음악치료사 김혜미씨(37)는 “‘나는 왜 노래로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고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아이들처럼 그간 일하면서 봐오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음악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하림은 이날 챌린지 참가자들과 약속한 대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기금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싱어롱 콘서트로 올해 활동을 마무리한 ‘우사일 프로젝트’는 새해에는 그림책 출간과 다큐멘터리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