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녀들의 춤바람 ‘시스터 액트’

허진무 기자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무릎 꿇고 주님께 딥한 러브 보여줘. 일요일 아침은 복음으로 뿜뿜. 주님과의 미친 합을 보여줘봐.”

화려한 조명에 디스코 리듬이 흐르자 수녀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신을 향한 사랑을 열렬히 고백하며 ‘떼창’을 한다. 가장 엄숙한 장소인 수녀원을 공연 무대로 바꾼 주인공은 흥이 넘치는 흑인 무명 가수 들로리스다. 들로리스는 폭력 조직의 두목과 사귀다 그의 살인을 목격하자 수녀로 위장해 도망친다. 하지만 수녀가 돼서도 타고난 흥은 숨기지 못했다. 들로리스가 이끄는 ‘수녀 공연’은 교황까지 보고 싶어할 정도로 유명해진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한국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영어 공연권을 사들여 제작한 뒤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작품이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관람한 <시스터 액트>는 여느 오리지널 내한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뮤지컬의 삼박자인 노래·춤·연기가 고루 뛰어난 작품이었다. 주인공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오티즈,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의 김소향을 비롯해 배우들의 가창력과 군무 솜씨가 돋보였다. 2017년 미국 제작사의 투어팀 내한 공연에서도 같은 배역을 맡았던 김소향은 대극장을 넉넉하게 채우는 성량으로 시원한 고음을 뿜어냈다.

한국에서 <레베카> <엘리자벳> <웃는 남자>를 연출한 로버트 요한슨이 <시스터 액트>의 연출을 맡았다. 한국 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동시 오디션을 통해 한국, 미국, 필리핀 배우들을 발탁했다. 한국 공연을 마치면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1992년 코미디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초연한 뒤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원작 영화 음악은 저작권 문제로 사용할 수 없어 작곡가 앨런 멩컨이 디스코, 가스펠,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들을 창작했다. ‘레이즈 유어 보이스’ ‘테이크 미 투 헤븐’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 등의 넘버들은 영화 음악 못지 않은 감동을 준다.

들로리스는 보수적인 원장 수녀와 충돌하면서도 동료 수녀들과 우정을 쌓으며 성장한다. 줄거리가 다소 단순하지만 재치 있는 코미디 대사가 빠른 템포와 어울려 지루하지 않았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시대적 배경을 디스코가 유행한 1970년대로 앞당겼다. 경찰 에디가 학창 시절 들로리스를 짝사랑했다는 설정도 영화와 다르다. 러브라인은 작품을 망치는 주범으로 자주 지탄받지만 <시스터 액트>에선 과도하지 않아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무대 양편 스크린에서 한국어 자막이 나온다. 미국 유머를 한국인 관객이 즐기려면 감각적인 번역이 중요하다. 한국 유행어를 활용해 ‘이거 실화냐’ ‘예수 덕후’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국기에 대한 맹세’의 한 대목을 넣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자막의 크기와 서체가 바뀌는 재미도 있다. 미국 가수 베리 화이트를 언급할 때는 그림을 넣어 한국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커튼콜 때는 배우들이 노래를 한국어로 또박또박 불러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일부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링크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11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휴식 20분을 포함해 150분. VIP석 17만원, R석 14만원, S석 11만원, A석 8만원. 만 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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