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총통 당선에 양안, 미중관계 “4년간 불안정 계속될수도”

박은하 기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가 13일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가 13일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UPI연합뉴스

강경 친미·독립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집권 민진당 후보가 대만 총통에 당선되면서 양안관계와 미 ·중관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오는 5월 열릴 대만 총통 취임식과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겨냥해 군사적 압박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3일 라이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 약 두 시간 만에 천빈화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대만의 총선과 대선 결과는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했다”면서 “대만 내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1992년 컨센서스를 견지하면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와 외세 간섭을 배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천 대변인의 논평이 나오기 전까지 총통 선거 결과를 전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대신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된 해외 반응에는 격렬하게 대응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국무부가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로 라이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축하 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 선거 다음날인 14일 담화문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만 유지하겠다고 한 정치적 약속을 엄중히 어긴 것으로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심각히 잘못된 신호를 발신했다”며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이란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가리키는 중국식 표현이다. 주영국중국대사관과 주일중국대사관도 영국과 일본이 라이 당선인에게 “축하한다”는 논평을 발표하자 “잘못된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 “내정간섭 말라”고 경고했다.

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민주주의 동맹을 지킨다’는 구호 아래 힘을 합치지 못하도록 거칠게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5년 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적으로 경제·군사적 방법을 동원해 대만 압박에 나설 경우 주변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안관계와 미·중관계는 라이 당선인의 임기 4년 내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 대만은 미국이 개입할 이유가 없는 내전의 부산물이지만, 미국에 대만은 민주주의와 반도체 공정을 위한 중요한 방어선”이라며 “엄청난 이해관계가 라이 당선인의 말이나 정책에 ‘중력’을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 당선인의 말 한 마디나 정책에 미·중이 모두 의미를 부여하면서 국제적 대결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향후 4년은 미중 및 양안 관계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중국 정부는 라이 당선인 취임 이후 대만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중포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라이 당선인이 승리 연설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대만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선거 이튿날인 14일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통해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대만을 비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파견하는 대표단으로, 대만 내 주요 지도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5월20일 열릴 라이 총통 취임식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예상된다. 왕신셴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는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에 “중국은 취임식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레프 나흐만 대만 국립청치대학 조교수는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시끄러운 군사 훈련”, “조용한 군사 위협”, “공격적인 수사”를 번갈아 사용할 것이라고 엑스(옛 트위터)에 썼다. 다만 그는 “이것이 곧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 행동은 침공이 아닌 위협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 현재 미국을 압도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며 중국 내부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중국경제 역시 급격한 둔화를 겪고 있어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제러미 마크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대만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중국은 대만 투자자들이 창출한 일자리와 대만 반도체 및 다른 전자제품에 계속 기댈 것”이라면서 대만 경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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