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안 마시는데, 배달 리뷰 쓰면 탄산음료 주는 이벤트는 꼭 참여해요. 모아두면 당근(중고거래 앱)에서 팔 수 있거든요.”
진세정씨(38)는 탄산음료가 중고거래 앱에서 ‘잘 팔리는 품목’이라며 말했다. 진씨는 “인근 대학생들이 바로바로 사간다”라며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음료를 모아서 파는 사람도 봤다”고 했다.
직장인 김주영씨(28)도 배달 음식을 시키면 서비스로 오는 음료를 중고거래 앱에서 판매한다. 김씨는 “배달에 딸려온 콜라를 버리기 아까워 중고거래로 올려 봤는데 잘 팔려서 모아두고 팔곤 했다”고 말했다. 24일 중고거래 앱에 ‘콜라’, ‘탄산음료’등을 검색해보니,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배달 시켜 먹으며 모아놓은 콜라를 판매한다’는 글이 수십개 올라와 있었다. 진씨는 “탄산음료는 1리터당 1000원 정도로 환산해 거래된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각양각색의 중고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게시판에는 토익 응시자들에게 지급되는 ‘토익스피킹 시험 할인권’을 2000원에 거래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고거래 앱에서는 ‘편의점 알뜰 택배 무료 쿠폰’도 1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중국집이나 치킨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서 증정하는 ‘종이 쿠폰’ 수십장을 6000~1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씨는 “헌혈하면 주는 무료 영화표나 편의점 상품권은 꼭 중고거래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영화 한 편에 1만5000~1만7000원씩 하는데 너무 비싸지 않나”라며 “중고시장에 7000~8000원에 내놓으면 잘 팔려서 정기적으로 헌혈 후 받은 영화표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종종 1kg당 500원에 헌 옷을 판다. 진씨는 “20kg을 모으면 치킨값 정도는 된다”면서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돈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또 “찜질방 티켓도 저렴하게 대량 구매해 중고거래 한다”고 했다. 진씨는 중고거래 수입이 많은 달에는 1달에 10만원가량 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고물가의 여파를 크게 실감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에는 1만원 한 장으로는 밥도 못 먹는다”면서 “원래 술을 좋아하는데 식당에서 소주가 5000~6000원씩 하니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진씨도 “얼마 전에 갈비탕이 1만3000원이 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가족들과 고깃집에 가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육점에서 사와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양각색의 중고거래’는 고물가로 헐거워진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다는 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며 “개인들이 수중의 돈이 메마르고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팔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청년들이 전당포를 많이 이용했는데 전당포는 비싼 물건만 받아주지 않냐”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 돈 될만한 것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