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마르코스 분열 점입가경…수혜자는 두테르테 딸?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EPA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립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민다나오 분리 주장까지 들고 나오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에두아르도 아노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성명을 내 “최근 민다나오를 분리하겠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어떠한 분리 시도라도) 정부는 단호한 힘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리 요구는 과거 분리주의 단체들과 정부가 맺은 평화 협정의 이점을 뒤집을 수 있다”며 “공화국을 해체하려는 모든 시도를 진압하고 중단시키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권위와 힘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르코스 정부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민다나오 지역이 독립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민다나오는 필리핀에서 두번째로 큰 섬으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이다.

민다나오는 이슬람 무장단체 모로 이슬람해방전선이 활동하는 등 치안이 불안정하고 반정부 기조가 강한 곳이다. 2014년 필리핀 정부와 모로 이슬람해방전선 간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 이 협정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역대 필리핀 정권의 골치 아픈 과제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민다나오 독립’ 발언을 정부가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모로 이슬람해방전선도 성명을 내 “평화 협정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필리핀 정계를 양분하는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은 연일 대립각을 빚고 있다. 두테르테 측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려 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개헌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내년 중간선거와 다음 대선의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립 수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양측은 서로를 “마약 사범”, “펜타닐 중독자”라고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이르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이자 현 마르코스 정부의 부통령 겸 교육부 장관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아버지와 상사 사이에 낀 모양새가 됐다. 다만 이번 사태가 사라 두테르테에게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WR뉴메로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잠재적 대선 후보 중 35.6%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받았다. 주요 지지층은 현 마르코스 행정부의 지지자들과 무당층이었다. 이를 두고 그가 ‘두테르테 가문’이란 브랜드와 마르코스 정권의 현직자로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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