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 공포…中 1월 소비자물가 0.8%↓ 14년 만에 최대치

최서은 기자
중국마트에서 파는 중국산 배추

중국마트에서 파는 중국산 배추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시장전망치(-0.5%)보다 큰 폭의 하락세다.

지난달 CPI 하락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9월(-0.8%) 이후 14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핀포인트 자산관리의 지웨이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늘 CPI 데이터는 중국이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은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위기감을 피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CPI는 지난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 -0.3%로 2년 5개월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8월(0.1%)에 플러스로 소폭 반등했으나 10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진 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디플레 공포…中 1월 소비자물가 0.8%↓ 14년 만에 최대치

지난달 CPI 하락에는 식품 가격 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돼지고기 물가가 17.3% 급락한 가운데 채소(-12.7%), 과일(-9.1%), 수산물(-3.4%) 등의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비식품 물가는 0.4% 올랐으나 식품 물가가 5.9%나 떨어져 하락세를 이끌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해 전달(0.6%)보다 상승률이 둔화됐고,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국은 1월 CPI 하락에 대해 “지난해 1월 춘제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 기준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전달에 비해서는 0.3%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위스 UBP 은행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카를로스 카사노바는 “이러한 하락은 내수 위축의 증거”라고 분석했다.

경제 활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줄곧 마이너스 상태다. 1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전달(-2.7%)보다는 하락폭이 줄어들었지만,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2022년 10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선행 경제 지표로 여겨지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졌지만, 넉달 연속 50 아래에 머물면서 위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고, 그 아래면 위축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위드코로나’ 기저효과 등의 요인 덕에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인 약 5%를 달성하긴 했지만, 기대만큼의 회복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5% 안팎의 성장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는 중국 내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소비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중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그룹의 레이먼드 영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와 주식시장 변동성이 가계 심리에 타격을 입혔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약 1조위안(약 188조원)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는 5개월 연속 동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조만간 LPR 인하에도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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