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거닐어보는 이야기의 공간
사극의 인기는 촬영지에 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 사극 주인공이 머물렀던 곳을 거닐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극 제작진은 역사 속 장면을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고려 거란 전쟁> 속 산성 전투 장면은 문경 가은세트장 내 야외 성벽과 고모산성에서 탄생했다. 흥화진 산성과 실제 산성이 유사하다는 고증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CG를 입혀 생생함을 구현했다.
고려시대 배경을 표현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왕실과 마을 등은 문경 오픈세트장을 주로 활용했다. 문경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가진 지역으로, 고유한 건축 양식과 전통적인 풍경을 보존하고 있어서다. 대다수 사극이 사료가 많이 남아 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고려 거란 전쟁> 제작진은 고려 양식 표현을 위해 정전 내부의 레이아웃과 층수 등을 일일이 고증을 거쳐 표현했다.
제작진은 특히 화성 목섬과 야외 크로마 세트장에서 촬영한 귀주대첩 장면이 가장 기대할 만하다고 짚었다. 폭우가 내린 현장의 땅이 젖어 있어 장면 대부분을 KBS 수원 드라마세트장에 ‘대형 야외 크로마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 김한솔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크로마에 ‘디지털 크라우드’라는 CG 인간들을 대규모로 합성했을 뿐만 아니라 지형의 높낮이도 CG로 만들어 더욱 사실성 있는 대규모 병력을 묘사했다”며 “이렇게 많은 수의 병력이 벌판에서 싸운 것을 묘사한 적은 없었다. 사극 역사상 이정표적인 장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에 피는 꽃> 또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을 활용했다. 보다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 청송 송소고택, 영주 선비촌, 괴산 바람의화원 세트장 등 다양한 곳을 폭넓게 활용했다. 넓게 펼쳐진 기와지붕들이나, 복작복작한 저잣거리 같은 넓은 구성이 필요한 장소들은 대부분 용인에 있는 드라미아 세트장이나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생활감이 더 묻어나야 하는 여화의 생활 공간인 좌상댁은 실제 한옥마을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좌상댁만 해도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한집이 청송과 영주로 나뉘어 있다”면서 “안채와 별채는 청송 송소고택에, 사랑채와 사당은 영주 선비촌에 위치해서 두 지역을 오가며 한집처럼 보이도록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창덕궁, 정선 자작나무숲, 김룡사 등이 드라마 속에 담겼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영취정’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두 주인공만 출입해 바둑을 두는 특별한 곳이기에, 바둑판부터 연못까지 세트를 구성할 때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제작진은 “경주 선운사, 안동 만휴정, 남원 광한루, 고창 무장읍성, 영광 내산서원, 담양 명옥헌 및 죽녹원, 함양 일두고택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면서 “자연의 색감과 공간의 조화로움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시청자들도 그 아름다움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