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용트림’ 말고 ‘용틀임’ 하듯 사시길…

엄민용 기자

용(龍)의 해가 밝았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된 것이 언제인데’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갑자·을축 같은 육십갑자는 음력으로 따지므로,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는 지난 설날에 시작됐다.

12가지 띠 동물 가운데 용은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하지만 괴기스러운 서양의 용과 달리 동양의 용은 우리네 실생활이 그대로 담긴 모습을 하고 있다. 소의 눈, 돼지의 코, 개의 입, 사슴의 뿔, 뱀의 몸, 닭의 발, 잉어의 비늘 등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고 늘 유용하게 쓰인 동물들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용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전설과 민담 등에서 용은 대부분 인간을 이롭게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실제는 마주할 수 없으니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존재가 용이다. 이 또한 대개 두려움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서양의 용과 다른 점이다.

인간과 친숙한 만큼 생활 속 언어에도 용이 많이 등장한다. “미꾸라지 먹고 용트림한다”는 말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크게 힘을 들여 하는 허세”를 의미하는 ‘용트림’도 그중 하나다. 이 용트림을 ‘용트름’으로 잘못 쓰는 일이 흔한데, “먹은 음식이 위에서 잘 소화되지 않아 생긴 가스가 입으로 복받쳐 나오는 것”을 뜻하는 말은 ‘트름’이 아니라 ‘트림’이다.

용트림과 소리가 비슷한 말에 ‘용틀임’도 있다. “용의 모양을 틀어 새긴 장식”이 용틀임이다. 뭔가 좋은 기운이 꿈틀거리는 느낌을 나타낼 때 쓴다. 따라서 “도시개발사업 위한 ‘용트림’ 시작” 같은 문장의 용트림은 용틀임을 잘못 쓴 사례다.

그러나 “남을 약 올리면서 하는 말”로 쓰는 ‘용용 죽겠지’에는 ‘용’자가 두 번 들어가 있지만 ‘龍’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설(異說)이 있기는 하지만, ‘용용 죽겠지’의 용은 “힘을 들여 괴로움을 억지로 참다”를 뜻하는 ‘용쓰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즉 ‘그렇게 힘들여 해도 뜻대로 안 되니 약 올라 죽겠지’ 하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이다. 다만 이것 또한 하나의 설이고, 국립국어원은 유래를 알 수 없는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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