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투입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했는데…내란죄 아니라니 이해 안 돼”

이홍근·오동욱 기자

검찰, 조현천 직권남용만 기소…법조계·시민사회, 잇단 비판

“병력 투입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했는데…내란죄 아니라니 이해 안 돼”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65·사진)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22일 ‘절반의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내란 예비·음모, 반란수괴 예비·음모, 반란지휘 예비·음모 혐의 를 두고는 줄줄이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전날 조 전 사령관을 기소하면서 그가 작성을 지시한 문건이 위헌적이지만 그가 내란을 실제로 준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 문란 목적, 다수의 조직화한 집단, 폭동 실행 의사 합치, 실질적 위험성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확보된 증거로는 이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 준비 조직이 꾸려지고, 국회와 시가지 장악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만큼 내란죄로 볼 여지가 있는데 외면했다는 것이다. 내란 의도를 가지고 문건을 작성한 게 아니라면, 누구 지시로 계엄 상황을 대비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무사는 탄핵 정국 당시 계엄 문건 작성을 위해 비밀리에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꾸렸다. TF 부대원은 인터넷·인트라넷과 차단된 컴퓨터로 작업했다. TF 종료 뒤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했다. TF는 2017년 2월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TF는 계엄 선포 후 기계화사단 4개와 기계화여단 2개, 특전여단 3개를 투입해 계엄임무수행군을 만들 것을 검토했다. 병력을 서울 광화문, 신촌 등의 시위 진압에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처럼 계엄 선포, 단계별 조치, 계엄 시행 준비 착수일까지 문건에 적시됐지만 검찰은 “조직화된 폭동의 모의나 실질적인 위험성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군 조직에서 작성되고 보고된 자체만으로도 논의되거나 실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폭동 실행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검찰의 판단도 비판을 받는다. 김정민 변호사는 “조 전 사령관 혼자 계엄을 선포할 수 없으므로 국가 전복 계획을 세웠다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논리인데 이는 결국 대통령 등 권한자와의 공모가 있을 때만 문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이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은 여럿 존재한다. 이 문건 작성에 앞서 2016년 10월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한 계엄 선포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보고 문건엔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11월~2017년 2월 총 4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3번은 김관진 전 실장을 만나 대북 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계엄 문건이 논의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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