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구축함’ 수주전, 한숨 돌린 HD현대중공업

권재현 기자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이 사업비 규모만 8조원에 이르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의 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27일 계약심의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심의 결과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등의 처분,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나오는데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처분 면제 결정을 받음으로써 큰 고비를 넘긴 셈이 됐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연합뉴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연합뉴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자료 등 해군 기밀 자료 12건을 몰래 촬영하는 등 불법으로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유출한 문건은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이 중에서도 KDDX 개념 설계 도면은 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로,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방사청의 결정으로 입찰참가 제한 제재를 받았다면 일정 기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방산 부문의 수주 공백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KDDX 사업은 해군과 방사청이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2020년 5월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개청 이래 방사청이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한테 그 다음 수주 순서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맡겨왔다는 점에서, 지난해 기본설계를 완료한 HD현대중공업으로선 방사청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남은 수주 과정에 큰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족쇄가 하나 풀린 셈이어서 아주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올해 말로 예정된 방사청의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을 앞두고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과실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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