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대법관 후보자, ‘약속사면’ 논란에 “부적절, 사면 절차 투명해져야”

유선희 기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합의되면 검토 가능”

“구조적 성차별, 여성 법관 증원 필요” 답변도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3기)가 “사면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이유도 상세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엄 후보자는 28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설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사면’ 논란에 대해 “부적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해준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런 사건의 진행 경과가 맞다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서 전 차장은 2월6일 설 사면을 받았는데, 이미 2023년 5월10일 징역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없는 상태임에도 공천 신청을 했다”라며 “이후 사후적으로 사면됐고, 경선에 참여할 자격을 얻어 현재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서 전 차장은 이날 오후 경남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서 전 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설 특사 발표 전 국민의힘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속사면’ 논란이 나왔다.

이외에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사면을 며칠 앞두고 대법원 상고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이 의원은 “깜깜이 상태에서 이분들이 미리 알고 사면 취하한 거냐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엄 후보자는 “사면절차가 좀 더 투명하게 이뤄지고 왜 그런 사면을 하게 됐는지 상세하게 밝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엄 후보자는 법원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 해소’를 들며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판사를 더 늘려달라고 하면서 선거관리위원장을 비상근으로 아르바이트하듯 겸직하는 건 조직 이기주의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라며 “자정의 노력으로 선거관리위원장직을 파트타임으로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엄 후보자는 “법관 증원과 선관위원장 겸직을 연결시켜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검토해보겠다”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른바 ‘창원간첩단’ ‘충북 동지회’ 사건을 재판 고의 지연 사례로 들었다. 엄 후보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피고인들의 권리행사를 전부 재판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의 지연이라고 판단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입법조치가 더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연령 문제에 대해선 “반드시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도 사회적 합의가 되면 (기준 연령) 하향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성결혼 등 가족 형태 다양화 필요성 등에 대해선 “실제로 법률화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선 더 신중하게 여러 가지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청문회 전 서면답변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남아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한 엄 후보자는 ‘여성 대법관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전날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여성 대법관 비율이 100%까지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엄 후보자는 “같은 생각이다. 적어도 인구구성 비율에 맞는 남녀 비율 확보 정도는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50% 이상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건가”라는 추가 질의에 “동의한다”라고 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