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내랬더니 다른 수족관에 방치

이홍근 기자

호반그룹 사육 돌고래 2마리

‘악명’ 거제씨월드로 보내져

관계자 무단반출 혐의 재판

큰돌고래 태지의 고향은 일본 바다다. 2008년 돌고래쇼를 목적으로 서울대공원에 수입됐다. 2017년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공연을 폐지할 때까지 태지는 좁은 수족관에서 훌라후프를 돌리고 춤을 췄다. 이후엔 제주도 퍼시픽랜드(현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옮겨져 쇼에 나섰다. 태지의 친구 아랑은 2013년 일본에서 퍼시픽랜드로 수입됐다.

태지와 아랑은 2022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함께 바다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거제의 한 수족관에 방치돼 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제주지방법원은 전날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호반호텔앤리조트(퍼시픽 리솜)와 총지배인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호반은 2022년 태지와 아랑을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큰돌고래는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한 종으로, 사육장소를 옮길 시 사전에 해수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없이 몰래 돌고래들을 반출했다는 것이다.

당초 호반은 태지와 아랑을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온 큰돌고래를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제주도에 방류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 비판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꿨다.

당시 시민사회와 해수부는 바다쉼터를 조성해 큰돌고래를 돌보는 방법을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논의가 길어지자 호반은 자연 방류 방안을 고민하는 대신 다른 수족관으로 태지와 아랑을 반출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호반이 불법임을 알고도 돌고래를 거제씨월드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와 호반은 재판에서 방출이 위법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지와 아랑은 무기력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핫핑크돌핀스는 “호반이 무책임하게 태지와 아랑이를 고래들의 무덤에 가뒀다”고 비판했다. 2014년 거제씨월드가 개장한 이후 이곳에서 숨진 사육 고래류는 총 14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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