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해외독자 멀어지는 국내독자?···K문학의 고민

박송이 기자
서울시내 한 대형 서점.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 서점. 연합뉴스

K문학 해외에선 뜨거운 관심
국제도서전 참여 증가
“과거엔 사러 갔다면 요즘은 팔러 간다”

한국문학이 해외 출판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소설·에세이의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초판 발행 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출판사들은 해외 국제도서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신규 독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 출판사들은 국제도서전 준비에 적극적이다. 도서전 기간 동안 수많은 수출·수입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오는 12일 개최되는 런던 국제도서전에 참가한다. 주연선 은행나무 출판사 대표는 “과거에는 사러 갔다면 요즘에는 팔러 간다”며 달라진 양상을 말했다. 주 대표는 “과거에 우리가 외서를 수입해오는 수입 상담이 대부분이었다. 작년부터는 수출과 수입 비중이 거의 반반이 될 정도로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산책 출판사는 오는 5월 열리는 도쿄 국제도서전에 처음 참가를 결정했다. 지난 해 일본에서 출간된 권남희의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 중쇄를 거듭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자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국제도서전에서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자료(Rights guide)에도 과거보다 더 공을 들인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5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한번 만드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반기별·장르별로 나눠서 만들고 영어 외에 일본어·중국어로 만드는 등 도서전 수출 미팅을 위한 자료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4일 한국문학번역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번역원 지원으로 출간된 도서(776종)들이 해외에서 185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영국 가디언은 영화·가요 등 ‘K컬처’의 영향력을 분석하면서 차기 ‘K컬처’의 주목할 분야로 한국문학을 언급했다.

국내 판매는 부진
초판도 과거 절반 수준 찍어
“독자의 변화 받아들여야”

출판사들은 해외시장의 뜨거운 반응이 반가우면서도 국내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다. 주연선 대표는 “지난해 출간한 김의경의 <헬로 베이비>는 국내에서 초판이 겨우 팔렸다. 그런데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영미권은 물론 제3세계까지 판권 계약을 마쳤다”며 “국내는 아주 특별한 작가가 아닌 이상, 요즘은 초판 소화도 힘들다. 해외 판권계약이 활로가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시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초판부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과거에는 3000부, 믿을 만한 독자가 있다고 예상되면 5000부도 찍었다. 요즘은 보통 2000부를 찍는데 1500부를 찍는 출판사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최근 양귀자의 <모순>과 같은 옛날 책들이 인기를 끄는 반면, 신간 중에는 눈에 띄는 판매량을 보인 서적은 없는 건 사실”이라며 “킬러콘텐츠 여부에 따라서 한국 소설은 매년 20% 많게는 40% 정도 판매량 증감을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지금 출간한 책의 절반 정도는 해외 판권계약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똑같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도 과거보다 판매량이 확실히 적다”라며 “미디어가 다변화되면서 독자도 변화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국내 독자들을 새롭게 찾아내기 위해 저자 강연·북클럽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들이 신규독자 유입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토로한다. 한 출판 관계자는 “저자 강연도 강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책이라는 콘텐츠로 다시 연결된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독자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독자들은 이제 ‘문학’보다는 스토리를 소비한다. 문학적인 평가보다 이 이야기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라며 “한때 평론가들이 호평한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농담이 있었다. 문학도 마찬가지가 됐다. 비평의 관점에서 문학적인 평가는 있어야 하는데 이것과 독자의 소비가 점점 관계가 멀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에 해외의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국내 독자를 잡기 위한 출판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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