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다”던 유보통합 ‘2년 유예론’ 등장···“하는 건 맞나” 혼란

김나연 기자
지난해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졸속 유보통합, 늘봄 저지 4차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졸속 유보통합, 늘봄 저지 4차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었던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일부 교육감들이 ‘2년 유예론’을 꺼내면서 30년 해묵은 유보통합 논의가 이번에도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교육감들은 “유보통합 모델 전면 시행 시기를 최소 2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보육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세부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유보통합 업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재정 등의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보통합은 이번 정부의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다.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관리부처, 교사 양성체계 일원화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번번이 무산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유보통합이 반드시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유보통합 모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밝힌 바 있다. 내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한 ‘제3의 기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보통합의 근거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6월부터 복지부의 보육 관련 권한이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일원화된다.

그러나 유보통합 추진계획의 구체적인 시안은 3개월째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이 추진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보통합을 둘러싸고 산적해 있는 교사 자격 및 양성체제 통합, 교사 처우 문제, 재정 확보 방안 등의 갈등 사안에 대한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 유보통합을 선보일 시범지역 3곳과 모델학교 30곳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약 4만곳인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을 체감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학부모시민단체연대·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학부모시민단체연대·유보통합범국민연대 제공

지난 5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학부모시민단체연대·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학부모시민단체연대·유보통합범국민연대 제공

내년 유보통합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교육 현장에도 갈등이 일고 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유보통합의 구체안을 발표한 2023년 1월부터 유보통합이 적용될 2025년 3월까지 주어진 총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연기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재정을 확보하고 법령의 정비를 확실하게 준비하라”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졸속 강행 중인 유보통합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장 내년 어린이집,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은 (자녀가) 5세반에 다니고 내년에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인데, 6월부터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똑같이 바뀌는 게 맞나” “6월에 교육부로 (어린이집 관리 권한이) 이관되는 건 확실하다고 하던데 유보통합이 진행되긴 하는 걸까”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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