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변 없이 5선 확정···전 세계 안보 불안 고조, 북·중·러 밀착 강화

정원식 기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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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처음으로 3일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로 승리하며 5선을 확정했다. 새 임기 6년을 채우면 푸틴 대통령은 30년을 집권하게 돼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서기장을 넘어서는 러시아 현대사 최장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푸틴 1인 지배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중국·북한·이란은 더욱 밀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5~17일 3일 동안 진행된 대선 개표를 완료한 결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이 87.2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2018년 대선 득표율(76.7%)을 10%포인트 이상 넘어서는 사상 최대 득표율이다. 이번 대선 투표율도 77.4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기록적인 득표율과 투표율을 달성한다는 목표하에 국가기구를 총동원하는 철저한 관권 선거로 치러졌다. 푸틴 정권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대선 사상 처음으로 3일 동안 선거를 치르고 29개 지역에서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반푸틴 후보는 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했고 국영기업, 대학생, 공무원 등은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위협과 함께 당국으로부터 투표를 강요받았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당근’도 제시됐다.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당국자들이 러시아에 수입이 금지된 아이폰을 비롯해 자동차와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투표를 독려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 독재자가 또다시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며 “권력에 병든 푸틴은 영구히 집권하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를 흉내 낸 이번 선거에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며 “이 사람(푸틴)은 헤이그의 재판정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잘 버텨내고 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3.6%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로 러시아 GDP가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경제가 경기침체 없이 물가가 둔화되는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약화된 틈을 타 동부 전선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등 전황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서방의 반푸틴 연대도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하는 모양새까지 갖추면서 푸틴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6월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던 러시아 엘리트들에 대한 지배력도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서방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밤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엇보다 우리는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틀 내에서의 과제를 해결하고 국방력과 군대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전쟁 지속 의지를 밝혔다.

전쟁을 계기로 형성된 중국·북한·이란과의 밀착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항해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크게 늘렸고, 북한과 이란으로부터는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된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고착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미뤘던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크렘린궁은 지난 1월 푸틴 대통령이 대선 전에 방북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2020년 이후 한 차례도 개각을 한 적이 없어 개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장관, 농업장관, 부총리, 중앙은행장 등이 교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공식적인 2인자인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경질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야권 지지자에게는 더욱 혹독한 겨울이 닥쳐올 것으로 보인다. 투표 마지막 날 ‘푸틴에 반대하는 정오’ 시위로 반푸틴 민심의 존재가 확인되긴 했으나 ‘푸틴의 정적’으로 불렸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으로 야권의 구심점은 사라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해 미뤄뒀던 추가 징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도 출마해 최장 2036년까지 집권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권의 안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이 누적되면 결국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시 경제 체제로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사상자 수 증가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것도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러시아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지난 20년간 그의 통치하에 구축된 시스템은 취약하고, 고령화됐으며 무엇보다도 최고 지도자의 질병이나 사망과 같은 큰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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