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감산 패널티에 불리한 공천룰까지
“결론이 정해진 경선 알고도 받아들여”
‘비명횡사’ 공천 기조 확인시킨 결과
서울 강북을에 조수진 변호사 공천 확정
대표적인 비이재명(비명)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0 총선 당내 공천의 벽을 끝끝내 넘지 못했다.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으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북을 지역구엔 정치 신인인 조수진 변호사(노무현재단 이사)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서울 강북을 지역의 재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박범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서울 강북을 선거구의 투표율은 53.18%, 전국 권리당원 투표율은 26.31%로 나타났다”며 “강북을 1등 후보자는 조수진 후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청년전략 경선지역이던 서울 서대문갑보다 투표율이 훨씬 높았다”며 “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재도전은 ‘페널티 55%’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의정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박 의원은 30% 감산을 적용받은 반면 조 변호사는 여성·신인 가점 25%를 받았다. 박 의원이 최소 65%를 득표해야 최종 후보로 낙점되는 만큼 재경선 후보 발표가 있던 지난 17일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 강북을 경선은 민주당 공천 파동의 마지막 뇌관으로 불렸다. 민주당 내부 문제에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던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과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대표적인 비명 인사다.
박 의원의 공천 도전 길에는 넘기 어려운 허들이 잇따라 설치됐다. 정 전 의원과의 1차 경선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결선투표가 도입됐다. 이 때문에 3자 대결에서 1등을 하고도 결선 투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위 10%에 따른 30% 감산 패널티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막말’ 논란이 커지면서 정 전 의원의 공천은 지난 14일 취소됐지만 당 지도부는 차점자인 박 의원에게 공천을 승계하지 않았다. 박 의원을 원천 배제한 제삼자 전략공천을 검토했다가 반발이 크자 조 변호사와의 양자 경선으로 지난 17일 결정했다.
지난 18~19일 치러진 재경선에는 전국 권리당원 70%·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라는 전에 없던 방식이 도입됐다. 앞선 경선은 지역 권리당원 50%, 일반 시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됐다. 지역구 후보를 해당 지역과 무관한 전국 권리당원이 뽑도록 한 것이라 이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반감을 산 박 의원에게 불리한 구도로 짜여진 것이다. 55% 감산에 불리한 경선룰까지 ‘박용진에게는 절대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결국 박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번 총선 민주당의 공천 기조는 ‘비명횡사’임이 또 한번 분명하게 확인됐다.
박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한 달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며 “그러나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분열과 갈등은 저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승리를 향한 에너지를 한데 모으자”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그는 참배 직후 취재진과 만나 강북을 경선 투표 결과를 1990년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을 반대했던 당시에 빗대며 “노무현 대통령하고 똑같은 마음이다. 바보의 길, 바보 정치인의 길 저도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오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 강북을 재경선 개표 결과를 세세하게 공개했다. 그는 “워낙 관심도 크고 해서 말씀드리면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는 조수진 후보가 53.75%, 박용진 후보가 46.25%, 전국 권리당원 투표율은 박용진 23.15%, 조수진 76.85%였다고 한다”며 “가·감산과 상관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 얘긴 여기서 끝내자”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투표 결과 공개는 1차 경선 이후 당 지도부가 박 의원의 결과 공개 요구를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외면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