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도 믿지 마세요···보이스피싱 번호 변작중계 조직 대거 적발

오동욱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 관계자가 2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합수단은 중국·태국·남아공 등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규모의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을 적발하고 총 21명을 검거해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 관계자가 2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합수단은 중국·태국·남아공 등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규모의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을 적발하고 총 21명을 검거해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원들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 등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중계장비에만 수십억원을 들였고 미등록 외국인들을 원룸형 주택가에서 폐쇄적으로 관리하며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20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을 적발해 중계기 관리책을 포함해 수당 지급책과 부품 보관소 관리책, 환전책 등 모두 2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을 만들어 중계기를 통해 ‘070’으로 시작하는 해외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번호로 바꾼 혐의(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 조직은 중국의 콜센터 조직과 연합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으로 속여 ‘계좌의 범죄 연루’, ‘저금리 대출’ 등 명목으로 피해자 170여 명에게 약 54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합수단은 이들이 사용한 중계기 1694대, ‘대포 유심칩’ 3420개, ‘공 유심칩’ 4663개, 휴대폰 443대, 컴퓨터(PC) 121대, 공유기 193대 등을 압수했다. 최근까지 작동 중이던 중계기 642대(784회선)의 월 사용료는 7억여 원에 달했다. 압수된 중계기와 대포 유심 등 범행도구는 약 16억원 어치인 것으로 추정됐다.

합수단은 이들이 휴대폰의 ‘다른 기기에서 전화하기(CMC·COD)’ 등의 기능을 활용하거나 4세대 이동통신(LTE) 중계기를 통해 번호를 바꿔온 것으로 파악했다. CMC·COD방식이나 LTE 중계기를 이용해 국내전화를 해외 서버와 연결해 해외에서 070으로 걸려온 전화를 국내 전화번호(010)로 바꿔 피해자들을 속이는 식이다.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의 범죄 조직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사진 크게보기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의 범죄 조직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특히 이들은 치밀한 조직 운영으로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중계소 설치·관리를 분업으로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골드(GOLD)’라고 불린 총책이 자금관리책, 조직원 관리책 등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내에서 조직원을 모집하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범행을 지시했다.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3~5일에 한번씩 삭제했다. 조직원들조차 텔레그램 대화명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을 정도로 점조직으로 관리됐다고 한다.

조직원 1명은 원룸형 주택가에 설치한 숙소 1곳과 중계소 1~2개소를 이용했다. 한 달 간격으로 숙소와 중계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음식 배달·흡연·소란 금지 등 행동강령을 세워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다고 한다. 합수단은 압수한 물품 중 실내 폐쇄회로(CC) TV가 있어 국내 조직원에 대한 관리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의 핵심인 중계기는 중국에서 부품을 분해해 특송화물로 국내로 보낸 뒤 국내에서 부품보관소 관리책과 배달책이 부품 조립운영책에게 보냈다. 조립운영책은 이를 조립해 중계소를 차렸다.

이 조직과 연계된 중국의 콜센터 조직은 국내번호로 피해자에게 접촉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였다.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 조직은 조직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던지기 방식’으로 수당과 부품을 전달했다. 서울동부지검 제공 사진 크게보기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 조직은 조직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던지기 방식’으로 수당과 부품을 전달했다. 서울동부지검 제공

조직원 수당도 환전책과 지급책으로 이원화해 지급했다. 사무실 임대료도 계좌추적을 막기 위해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해 임대인에게 직접 내도록 했다.

이들 조직은 처음엔 조직원으로 중국인을 모집했으나 수사가 확대되며 조직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숙소 제공, 고액 수당’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아이티 국적의 국내 미등록 외국인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무에 따라 매주 50만~10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김수민 합수단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공기관에선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하지 않는다”며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도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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