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형적 선거제도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류근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일도 안 남았다.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준연동제라는 어정쩡한 선거제도를 도입하면서 투표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계산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전혀 모르고 투표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준연동제는 거대 양당의 독주로 인한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꼼수로 창당하면서 그 의미를 상실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준연동제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용두사미로 끝났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은 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창당했다.

위성정당은 위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유권자를 속이는 기만행위에 해당한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의 정치 산물이다. 더욱이 투표용지 앞순위 기호를 받기 위해 국민의힘은 김근태·김예지·김은희 등 13명을 출당하여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에 보냈다. 민주당도 권인숙·김의겸·양이원영 등 7명을 제명해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보냈다. 선량한 유권자로서 어안이 벙벙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의원 꿔주기 반칙이 재발한 것이다. 결국 제22대 국회도 구색정당으로 선출된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구성하게 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는 민주주의 선거제도와 정당 정치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였지만 실상은 정상궤도를 이탈한 우주선과 같이 국민이 기대했던 목표에 안착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준비 안 된 인물들이 단기간에 모여 위성정당을 창당한 후 어부지리로 국회에 입성한 점이다. 소위 그들만을 위한 급조된 카르텔 정치집단이 민의의 전당에 단숨에 입성한 것이다. 여기에 소속된 일부 비례대표 의원 중에는 의정활동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수준 미달의 비례대표 의원도 상당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국회 활동 실적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제21대 총선이 끝나고 위성정당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당초 가치와 비전, 정책도 없이 급조된 터라, 예정된 수순이었다.

우리나라에 다당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창당되고 유권자 대다수가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 등 준연동제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투표에 임하도록 방기(放棄)한 거대 양당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형적 선거제도와 반칙과 편법이 난무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주권이, 국민권력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다. 현행 준연동제가 과연 기존 병립형의 폐단을 보완하여 지속적으로 유지할 만한 제도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현행 준연동제는 누구를 위한 선거제도인가?

류근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류근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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