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촉발 여성’ 언급한 이란 언론인, 영국서 흉기 피습

윤기은 기자
‘이란 인터내셔널’의 뉴스 진행자 푸리아 제라티(36)가 괴한에 의해 피습을 당한 이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푸리아 제라티 엑스 갈무리

‘이란 인터내셔널’의 뉴스 진행자 푸리아 제라티(36)가 괴한에 의해 피습을 당한 이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푸리아 제라티 엑스 갈무리

자국 정부를 비판해온 이란 언론인이 영국에서 괴한에 의해 피습됐다. 이 언론인이 소속된 방송 매체는 2022년 ‘이란 히잡 시위’ 소식을 보도하며 이란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바 있다. 국내에서 반정부 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의 배후에 이란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런던에 본부를 둔 방송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의 뉴스 진행자 푸리아 제라티(36)가 전날 런던 자택 앞에서 복수의 인물들이 휘두른 칼에 다리를 찔렸다고 보도했다. 제라티는 부상을 당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제라티의 부상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는 현재 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대테러 지휘본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고, 제라티를 공격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테러 지휘본부에 사건을 배정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직업이 영국에 기반을 둔 페르시아어 언론 기관의 기자이기 때문”이라며 “이 언론인 집단을 향한 수많은 위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기사를 보도해온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내 인권침해 사건 등을 알리며 이란 정권을 비판해왔다.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2022년 일어난 ‘히잡 시위’ 당시에도 시위 관련 뉴스를 이란 국내외 시민들에게 전했다.

제라티는 지난해 3월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혁명수비대와 적대 관계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인터뷰한 기사를 소개하면서 ‘#네타냐후’, ‘#마흐사아미니’ ‘#IRGC(이란혁명수비대)테러리스트’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러한 행적으로 인해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 이스마일 카팁 이란 정보부 장관은 2022년 10월 이 매체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지정하고, 매체 관계자를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이 배후에 있는 위협이 크게 증가했다”며 지난해 2월 사옥을 미국 워싱턴으로 옮겼다가 7개월 만에 런던으로 되돌아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올해 초 이란 인터내셔널 소속 언론인 2명에 대한 구체적인 살해 위협 정보를 파악했으며, 지난 1월에는 이에 연루된 이란혁명수비대 대원 등 이란 관리들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인을 향한 피습 사건이 벌어지자 영국 내 보도의 자유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셸 스태니스트리트 영국 전국언론인연합(NUJ)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런 비겁한 공격은 대단히 충격적”이라며 “이란 인터내셔널과 BBC 등 많은 언론인 사이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흐디 호세이니 마틴 영국 주재 이란 특사는 엑스에 “소위 ‘언론인’이라 불리는 자와 관련된 사건과 (이란 정부는) 관계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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