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은 어디?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선거 이후 바로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주도하는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시민대표단이 숙의 주체이다, 시민대표단이 다루게 될 연금개혁 선택지는 국민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더 받을 것인가, 아니면 더 내고 그대로 받을 것인가’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노인빈곤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노후빈곤의 물결에 대응하는 두 개의 댐이다. 시민의 손으로 이 댐의 높이와 폭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연금개혁을 말하기 위해서는 노후라는 시기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는 어느 나라건 생애주기상 가장 빈곤하고, 불평등도 가장 심한 시기이다. 교육 격차를 비롯한 생애 초기 불평등의 영향이 전 생애에 걸쳐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쌓여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년기의 빈곤과 불평등을 복지자본주의에서는 공적연금을 통해 대폭 완화시켰다. 그래서 OECD 노인빈곤율은 평균 13.1%로, 많은 나라들이 그 언저리에 분포해 있다. 핵심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의 역할이었다. 공적연금이란 댐이 넓고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은 10명 중 4명이 빈곤하여 발전된 자본주의국가 중 압도적인 1위이다. 경제활동인구 빈곤율이 약 10%인 것과도 차이가 크다. 어쩌면 우리는 21세기에도 문명화가 덜 된 사회, 비정상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미래이다. 국민연금이란 댐의 높이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점차 떨어지면서 이제 그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늘고 있고 가입기간도 길어지지만 보장 수준은 정체되고 있다. 즉 국민연금 댐이 넓어지고 있지만 높아지지 않아 노인빈곤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기초연금이 비교적 광범위한 노인에게 연금을 제공하면서 국민연금의 부족한 역할을 보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 국민연금이란 댐을 소득대체율 50%를 적용하여 높일 것인가, 아니면 40% 수준으로 계속 낮출 것인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회복에 반대하는 이들은 우회로만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같은 사연금으로 낮은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으니 괜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수급노인은 전체의 0.1%로 사연금 시장은 있지만 사연금 보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가입률과 해지율로 볼 때 20년 후 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두 번째가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여 빈곤노인에게 더 높은 수준으로 집중보장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여를 해서 받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70%가 연금액 60만원 미만이다. 비기여 연금인 기초연금으로 더 높은 최저보장을 할 수는 없다. 공평성 문제 때문이다. 기초연금 40만원이란 대선공약이나 지키면 다행이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인데 이는 소득대체율 50%로의 회복과 함께 추진되어야 보장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 다만 군복무, 출산 등에 대한 기여 인정기간을 늘려도 이미 군복무, 출산을 한 세대에게도, 또 비혼을 선택한 이에게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필요한 전략이지만 그 효과는 불균등하고 느리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높아진 댐을 유지할 자원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나라들이 GDP의 10% 이상을 공적연금에 투여하는 상황에서 미래 노인인구가 40%를 넘어가는 사회에서 그만큼도 못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대규모 노후빈곤과 불안을 방치하고서는 연금은 물론 사회를 유지시킬 출산율의 반등도, 기술혁신과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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