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전쟁에 잊혀진 수단의 비극…내전 1년새 1만6000여명 사망

최혜린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수단 국경 근처 차드 메체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수단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수단 국경 근처 차드 메체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수단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국가 수단에서 발생한 내전이 15일(현지시간)로 1년을 맞았다. 그 사이 1만6000명이 숨지고 피란민은 8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린 탓에 수단 시민들의 고통은 방치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세계보건기구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는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단은 최악의 인도적 재난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국내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수단 내전으로 촉발된 기아 등의 인도적 재앙은 주변국에도 번질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기는 1년 전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이 무력 충돌하면서 시작됐다. 두 조직은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를 축출한 이후 줄곧 권력 다툼을 벌여 왔다. 지난해 4월15일에는 정부군이 RSF를 편입하겠다고 통보하자 RSF가 이에 반발하면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RSF는 현재까지 수도 하르툼과 서부의 다르푸르를 거점으로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내전이 지속되면서 민간인 피해도 커졌다. 1년간 내전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일부 군인을 포함해 1만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피란길에 오른 사람은 약 850만명으로, 이 중 국경을 넘어 차드,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주변국으로 떠난 이들은 약 200만명에 이른다.

이에 지난 9일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마치 비상사태가 바로 어제 시작된 것처럼, 여전히 수천명의 시민들이 날마다 수단을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자들이 겪은 피해는 더 컸다. 지난 1년간 1000만 명이 넘는 아동이 폭탄 테러와 성폭력 등에 노출됐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석했다.

지난해 6월19일 수단 시민들이 내전이 벌어진 수도 하르툼을 떠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19일 수단 시민들이 내전이 벌어진 수도 하르툼을 떠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에 따르면 수단 인구 4900만 명 중 절반가량이 식량과 식수를 구하지 못해 인도적 지원이 필수적인 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당장 필요한 27억달러(약 3조 7381억원) 중 확보된 자금은 약 5%뿐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의 방치 수준은 충격적”이라면서 “인간이 만든 대규모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내전 발발 1년을 맞으면서 국제사회는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단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열린다. 오는 18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휴전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내전이 종식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전에도 수 차례 정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군과 RSF 양측이 모두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교전이 계속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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