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경향 신춘문예

“그리움 배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이영경 기자

“시인의 말과 나의 말이 서로 몸을 섞으면서 서로를 나누는 평론을 꿈꿨습니다. 한쪽이 치고 나갔다 빠지면 다른 한쪽이 치고 나가는 관계가 시와 평론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2009 경향 신춘문예]“그리움 배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평론부문 당선자 송종원씨(29)는 ‘문학청년’이다. 앳돼 보이는 외모뿐만이 아니다. 시와 문학에 대한 애정을 수줍게 털어놓는다.

고려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해 문학도가 된 그는 학부시절 문학 학회에 가입하면서 시를 쓰게 됐다. “1년에 한 번 시화전을 했는데, 그때 시의 매혹과 곤혹을 알게 됐어요. 언어가 쉽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곤혹스러웠고, 우연히 흘러나온 어떤 구절들이 마음에 들 때면 내가 어디론가 멀리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시와 사랑에 빠진 그가 대학원에서 문학 공부를 계속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평론을 알게 된 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점점 평론에 관심을 갖다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간혹 평론이 시·소설 등 창작물보다 열등하다는 말을 하는데, 둘은 상하 내지 적대 관계가 아니라 동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작 <김행숙론-재현체계의 폭력을 넘어 ‘우리’의 현시로>에는 김행숙의 시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김행숙 시에 대해 쓴 글로 등단을 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저에게 김행숙 시인은 특별해요. 김씨의 시는 가르치려고 들지 않고 도도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놀자고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평론으로 올해 처음 신춘문예 응모를 했다는 그는 당선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뒤척이던 잠자리에서 한 친구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갔다. 그는 학부시절 문학 학회를 함께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당선 소식을 전했다. “그날 친구가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친구의 눈물이 자신이 잊고 지냈던 무엇, 그리워했던 어떤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글을 쓴다면 누군가에게 잊고 있었던 꿈이나 그리움을 배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느티나무 같은 부모님과 지도교수 김인환 선생님, 여자친구 나영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는 그는 앞으로 평론과 함께 시도 계속 쓸 생각이다. “시인의 이름까지 얻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욕심이 절대 얄밉지 않다.

<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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