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주류경제학 ‘평형 환상’ 벗어나야 금융시장이 보인다

임아영 기자

▲ 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32쪽 | 1만8000원

[책과 삶]주류경제학 ‘평형 환상’ 벗어나야 금융시장이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기상학은 번번이 예측에 실패했다. 과거 일기 자료를 무작정 뒤져서 오늘과 모든 변수가 유사한 날을 찾은 뒤 내일의 날씨는 그 유사한 날의 다음날과 같다고 주장하는 수준이었다. 날씨는 항상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안정된 세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기예보는 작은 요소의 변화가 다른 요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증폭되어 큰 변화를 초래한다는 동역학적 관점을 기상학이 수용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거대한 폭풍우는 갑자기 닥친 돌발 현상이 아니라 풍향, 습도, 풍속의 미세한 변화가 누적돼 일어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이 주장하는 평형 시장은 과거 기상학의 오해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뉴스’ 등의 매체에서 과학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저자는 1970년대 이후 여러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의 틀로 각광받은 복잡계 이론으로 경제를 해석한다. 복잡계 이론은 이 세상의 모든 질서가 몇 개의 이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복잡성으로 얽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의 비합리성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가격 폭등이나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결국은 안정적인 평형 상태가 지속된다는 주장은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저자는 주류 경제학에 평형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탈평형 경제학으로 인식을 바꾸라고 말한다. 합리적 소비자와 평형적 시장이라는 기존 시각에 바탕을 둔 채 파생 상품 시장의 부분적 규제와 같은 미봉책을 내세워서는 현대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원제는 <예측>이다. 저자는 “완벽한 법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통계적인 예측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각 국가와 여러 금융기관에 분할된 금융시장의 과거 데이터를 통합하는 ‘금융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탈평형 경제학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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