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 순간에도 공룡 발자국 간격 일정…주변 신경 안 쓰는 성격 대변”

정원식 기자

‘공룡의 나라 한반도’ 펴낸 허민 전남대 교수

[저자와의 대화]“화산 폭발 순간에도 공룡 발자국 간격 일정…주변 신경 안 쓰는 성격 대변”

공룡 시대 최후반기에 해당하는 백악기(1억4000만년 전~6500만년 전)의 한반도는 공룡들의 천국이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다른 대륙에서 이동해온 공룡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한반도였다. 이 때문에 한반도는 북미 지역 등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백악기 후반 공룡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공룡 화석은 뼈 화석이 아니라 발자국 화석들이다. 이는 당시 한반도의 지질환경이 빙하나 구릉이 아니라 호수 위주였기 때문이다. 공룡 화석 중 일반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뼈, 이빨, 발톱, 두개골 등 뼈 화석이지만 발자국이나 공룡알, 배설물 등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석들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공룡의 나라 한반도>(사이언스북스)를 출간한 허민 전남대 교수(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공룡 뼈 화석보다 희귀하다”며 “발자국 화석 등 생흔 화석을 통해 뼈 화석으로는 알 수 없는 공룡의 행동 방식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자국을 보면 발자국의 주인인 공룡이 두 발로 걸었는지, 네 발로 걸었는지, 또는 총총걸음으로 걸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와의 대화]“화산 폭발 순간에도 공룡 발자국 간격 일정…주변 신경 안 쓰는 성격 대변”

예컨대 여수 낭도리 추도에는 84m 길이의 조각류(두 다리로 걷는 초식 공룡) 보행렬이 있다. 이 조각류 보행렬 위에는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퇴적층이 존재한다. 조각류 공룡 주변에서 쉴 새 없이 화산이 폭발했다는 증거다. 허 교수는 “재미있게도 화산이 폭발했음에도 공룡의 보폭에는 변화가 없다. 주변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지질학계에서 공룡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다. 그 이전까지 학계 일부의 관심사에 불과했던 공룡 연구는 1990년대 전남 해남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대량으로 발굴되면서 대중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됐다. 1996년 전남대 공룡연구센터 발굴단은 해남 우항리 바닷가 퇴적층에서 완벽한 형태의 공룡 발자국을 발견한 이후 2년 동안 초대형 초식 공룡 발자국 109개를 발견했다. 이후 공룡 발자국들이 발견된 곳은 전국적으로 30여곳에 이르고, 지금까지 발굴되거나 자연적으로 노출된 공룡 발자국만 1만개가 넘는다.

책에는 공룡 학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실려 있다. 1973년 경북 의성 탑리에서 한국 최초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에는 울트라사우루스라는 학명이 붙어 있었다. 화석의 크기로 보았을 때 초대형 공룡이라고 생각한 김항묵 전 부산대 교수가 ‘탑리에서 발견된 초대형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학명이다. 그러나 뼈를 다시 조사해 크기를 복원하자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밝혀진 데다 뼈 자체가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학명은 무효가 됐다.

한국 국명이 학명으로 사용된 최초의 화석은 2003년 공룡연구센터 발굴팀에 의해 전남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에서 발견됐다. 이 화석에는 보성에서 발견됐다는 뜻의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라는 학명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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