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전 교수 “성이란 주제 파헤치려 애썼는데 남는 게 없어 착잡”

심혜리 기자
작가이자 문학자인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5일 숨을 거뒀다. 경향신문은 마 전 교수가 지난 1월 등단 40년을 맞아 시선집 <마광수 시선>을 펴냈을 때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마 전 교수의 죽음을 맞아 당시 인터뷰 기사를 다시 전한다.

마광수 전 교수 “성이란 주제 파헤치려 애썼는데 남는 게 없어 착잡”

한국 ‘성애문학’을 전위적으로 주창해온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6·사진)가 등단 40년을 맞아 시선집 <마광수 시선>(페이퍼 로드)을 펴냈다.

작품의 외설성에 대한 논란으로 곡절과 시련이 많았던 교수로서의 삶을 마감하며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마 전 교수는 지난 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울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마 전 교수는 등단 40년에 대한 소회를 “착잡하다”는 말로 압축했다. “저는 나름대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는데, 막상 평론가들은 비난만 했지, 정식으로 평가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일생 성(性)이라는 주제를 파헤쳐보려고 애를 썼는데 남는 게 없네요.”

그는 일관성 있게 성애문학을 펼쳐온 자신의 지난 삶을 회한의 눈으로 바라봤다. “인생이 글로 인하여 너무 풍파가 많았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발표 때부터 구설수가 있었고, <즐거운 사라>로 잡혀가 재판을 받았다.

사면돼 복직됐지만 교수사회에서 계속 왕따로 지냈다. 그 후에도 글을 썼지만 이상하게 계속 비주류로 맴돌았다. 문단에서도, 학교에서도 왕따로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사적으로도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굉장히 허무하다”고도 했다.

퇴임 후의 삶은 ‘외롭고 우울하다’고 했다. 그는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제가 독신이니까 더 외롭고 그렇다.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수입이 줄었고, 인세는 거의 없다. 책은 안 팔린다”고 얘기했다.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으로 구속됐던 때가 25년 전이지만 한국 문단에선 여전히 성애문학이 다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건방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2의 마광수’ ‘젊은 마광수’ 이런 작가가 안 나와요. 여전히 엄숙주의가 옥죄고 있는 거죠.”

이번 시선집은 1980년 출간한 <광마집>부터 2012년 펴낸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까지 시집 6권에서 고른 작품들과 새로 쓴 10여편의 시를 합해 119편을 묶었다. 그는 1977년 ‘청록파’ 시인 박두진이 추천해 ‘배꼽에’ 등의 시로 ‘현대문학’에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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