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슈 중심에 ‘김지영’이 있었다

고희진·홍진수 기자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10월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갈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졌고 출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누적판매량 1만5000부를 찍으면서 ‘김지영 현상’의 시작을 알렸다.

책은 지난 2년간 ‘젠더 이슈’들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거론됐다. ‘세계 여성의날’인 지난해 3월8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82년생 김지영> 300권을 구매해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 5월 고 노회찬 당시 정의당 대표가 책에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라고 적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일부 남성들은 <82년생 김지영>이 지나치게 여성을 피해자화해 역차별을 야기한다며 공격했다. 이 책을 읽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성 연예인들이 표적이 됐다. 가수 수영은 지난 1월 방송에 출연해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소감을 말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고,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도 지난 3월 팬미팅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했다가 남성팬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9월에는 영화화를 막아달라는 글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아직 촬영도 시작하지 않은 영화가 포털사이트 영화 페이지에서 평점 테러 및 악플을 받았다. 영화의 주연 배우 정유미씨 또한 악플에 시달렸다.

이런 반발은 되레 <82년생 김지영> 판매에 불을 붙였다. ‘월 8만부’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던 <82년생 김지영> 판매량은 ‘아이린 논란’ 이후 반등했다. 영화화가 결정돼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지난 9월에는 누적판매부수 90만부를 돌파했다.


젠더 이슈 중심에 ‘김지영’이 있었다

■ 16개국에 수출 확정…대만에선 전자책 부문 1위

일본판은 내달 초 출간 예정
동명 영화도 내년 크랭크인
주연에 정유미·공유 캐스팅

젠더 이슈 중심에 ‘김지영’이 있었다

해외에서도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전 세계 16개국 수출이 확정됐고, 이미 출간한 대만의 경우 판매 순위 상단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소설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내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유미, 공유씨 등 유명 배우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27일 민음사에 따르면 책은 현재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16개국으로의 수출이 확정됐다. 국가별로 관심을 보인 출판사가 다수여서 판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판은 로베르 라퐁의 임프린트(독립 출판 브랜드) 닐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닐은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한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다수 소개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움베르토 에코, 파울로 코엘료 전속 편집자인 리자베스 스가르비가 판권을 가져갔다. 영국판은 세계적인 출판그룹 사이먼 앤드 슈스터에서 출간된다.

일본판은 12월 초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 4월 현지 계약이 체결됐다.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강씨의 <희랍어 시간> 등을 번역한 시인 사이토 마리코가 번역을 맡는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은 일본에서 이 책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대만에서는 올해 5월 출간(사진)돼 자국 최대 전자책 사이트 리드무에서 전자책 부문 1위에 올랐다.

<82년생 김지영>은 국내에서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2017년 영화제작사 ‘봄바람 영화사’가 영화화 계획을 발표했다. 봄바람 영화사는 지난해 10월 창업한 신생 제작사로 30대 여성 두 명이 대표를 맡고 있다. 제작사 측은 “‘82년생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세상의 많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작에 이어 감독도 여성이 맡아 관심을 모았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은 결혼 후 꿈을 접은 30대 여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단편 영화 <자유연기>(2018)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김지영 역에 정유미씨가, 김지영의 남편 역에 공유씨가 출연한다.

봄바람 영화사 곽희진 대표는 “주연 배우 캐스팅만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각색작업, 캐스팅 마무리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고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내년 중으로 개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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