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화난·눈부신·녹슨·물든…세상이 온통 빨강이네

백승찬 기자
[그림책]환한·화난·눈부신·녹슨·물든…세상이 온통 빨강이네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
로라 바카로 시거 글·그림, 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 40쪽 | 1만5500원

새끼 여우가 깊은 숲속을 헤맨다. 숲 밖으로 나가 해 뜨는 아침을 맞았다가 길을 잃는다. 어느새 여우는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자동차도로를 아슬아슬 지나 공구가 널브러진 공사장에 도착한다. 커다란 벽돌담, 잘 익은 사과 나무도 발견한다. 배가 고파진 새끼 여우는 탐스러운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고 먹으려다 덫에 갇힌다. 새끼 여우는 어떻게 될까.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은 길 잃은 새끼 여우의 모험을 그린다. 여우의 여정을 이어주는 색채는 빨강이다. 세상 여러 곳에 산재한 다양한 빨강들을 보여준다. 깊은 숲속에는 검정에 가까운 빨강이, 해뜨는 지평선 부근에는 환한 빨강이 있다. 도로 위 신호등의 빨강은 눈이 부시고, 공사장 진흙의 빨강은 갈색에 가깝다. 녹슨 못이 빨갛고, 그 못에 찔린 여우 발바닥에서 나는 피도 빨갛다. 나무에 열린 사과, 물든 단풍, 덫 안의 고깃덩어리도 빨강의 영역에 포함된다.

작가는 색깔에 감정까지 부여한다. 덫에 갇힌 여우의 분노는 ‘화난 빨강’으로, 여우를 풀어주는 소녀의 마음은 ‘진실한 빨강’으로 표현한다.

[그림책]환한·화난·눈부신·녹슨·물든…세상이 온통 빨강이네

책에 등장하는 여우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여우’이다. 여우는 자신과 비슷한 색깔로 이어진 세상을 떠돌면서 당황하고 상처입고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자연과 문명, 즐거움과 고통은 한 가지 색깔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설득한다. 종이에 구멍을 뚫어 다른 페이지의 일부가 보이게 하는 ‘다이 컷’ 기법을 사용했다.

이 책은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이다. ‘파랑’에선 강아지의 죽음 이후 슬픔을 극복하는 이야기, ‘초록’에선 계절의 변화와 생명체의 생사를 이야기했다. 등장인물들 역시 3부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반려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아이는 다른 생명을 구하는 과정이 3부작을 통해 이어진다. 미취학 아동과 함께 3부작을 이어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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