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상상해봐요, 지나온 순간순간 당신은 사랑받은 거예요

유수빈 기자
[그림책]눈을 감고 상상해봐요, 지나온 순간순간 당신은 사랑받은 거예요

삶의 모든 색
리사 아이사토 글·그림, 김지은 옮김
길벗어린이 | 200쪽 | 3만8000원

눈 감고 서로에게 기댄 채 꼭 안고 있는 두 노년의 몸에선 갖가지 꽃이 피어난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피부 위로 꽃 덩굴이 춤추듯 자라난다.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 그들은 말이 없다. 다만 달관한 표정이 말을 건넨다. ‘당신이 있어서 괜찮았어, 그래도 살 만했어.’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삶의 모든 색>은 인생의 각 단계를 한 컷 그림과 하나의 문장으로 그려낸다.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그리고 기나긴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겪었거나 언젠가 마주할 법한 순간들이 한 컷의 장면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을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때때로 찾아오는 냉혹한 현실 또한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여름날 빗속에서 친구와 함께 온몸으로 빗방울의 리듬을 만끽하는 등 천진난만했던 시절을 그리지만, 또래와 비교당하며 평가받는 사춘기 시절이나 육아에 지쳐 혼자 숨어버리거나 도망치고 싶은 감정도 숨기지 않는다.

[그림책]눈을 감고 상상해봐요, 지나온 순간순간 당신은 사랑받은 거예요

다치고 상처 입었을 때 흘렸던 눈물과 함께 누군가가 반창고를 붙여준 기억 또한 놓치지 않는다. 또 삶의 어두운 부분을 마냥 무겁게 그리는 게 아니라 살짝 비틀어 표현하기도 한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으로 눈물을 닦는 셈이다.

책에는 유독 눈을 감은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눈동자가 보이지 않지만, 인물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눈을 감아 특정되지 않는 인물은 마치 내 삶의 한때처럼 느껴져 각자의 경험을 대입해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 방울씩 톡톡 번지듯 퍼진 물감을 통해 정서를 표현한다. 딱 떨어지지 않고 뭉개지고 덧대어진 것이 복잡한 감정의 결을 닮았다.

[그림책]눈을 감고 상상해봐요, 지나온 순간순간 당신은 사랑받은 거예요

길고 긴 삶의 여행이 끝나고, 흑백사진을 품에 안은 할머니는 편안하게 미소 짓고 있다. 할머니의 상상 속에선 모노톤의 순간들도 빛바랜 추억이 아니다. 사랑, 슬픔, 기쁨, 두려움, 희망, 분노…. 복잡 다양한 감정을 품고 다채로운 색으로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이다.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책의 마지막 문장은 작가의 바람을 담고 있다. ‘나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내 마음은 괜찮은 건가?’ 의문이 들 때면 책점을 보듯,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봐도 좋겠다. 나와 비슷한 시간의 굴곡을 겪는 인물들을 마주하며 격려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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