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병풍에, 잔칫상에…서민 곁에서 부흥한 예술, 한국인에게 민화란 무엇인가

고희진 기자
[이미지로 여는 책]대문에, 병풍에, 잔칫상에…서민 곁에서 부흥한 예술, 한국인에게 민화란 무엇인가

알고 보면 반할 민화
윤열수 지음
태학사 | 320쪽 | 2만2000원

저자는 “민화는 전문가가 따로 없다”고 말한다. 벽장문이나 다락문 또는 대문 등에 붙었던 그림부터, 혼례나 회갑 생일잔치에 쓰였던 그림까지 일상생활에 밀착돼 있던 모든 그림을 민화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전문가나 서적은 많지 않았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민화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인의 해학과 독특한 정서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민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커졌다. 이 책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다.

저속한 그림이라는 뜻으로 ‘속화’라 불리기도 했던 민화는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양란과 대기근 이후 사회가 혼란해진 때다. 급속한 사회변동 속에 예술 역시 사대부의 전유물로만 머무를 수 없었고, 민화라는 형태로 서민의 곁에서 부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이미지로 여는 책]대문에, 병풍에, 잔칫상에…서민 곁에서 부흥한 예술, 한국인에게 민화란 무엇인가

민화의 종류를 산수화, 장생도, 인물화, 풍속화, 채소와 과일(소과도), 동물과 물고기(축수도/어해도), 상상의 수호동물(영수화), 풀과 벌레(초충도), 집과 병풍(옥우화/기용화) 등 20여 가지로 분류해, 각 종류에 맞는 설명을 제공한다. 분류한 그림의 특징을 풀어내며 140여 컷의 도판도 첨부해 이해도를 높였다.

책은 민화가 왜 선조들에게 사랑받았는지를 설명하고, 그림 안에 담긴 우리네 사회상을 풀어내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태, 닭, 개, 호랑이를 그려 부엌문, 중문, 곳간문, 대문에 붙이는 풍습을 따랐다. 해태는 불을 막아낸다는 상상의 동물이어서 부엌을 지키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닭은 어둠을 밝히고 잡귀를 쫓아버린다는 상징을 갖고 있었다. 개는 도적을 지키는 인간의 충실한 친구였으며, 호랑이는 환난을 막아주는 든든한 장수 역할을 했다. 신혼방의 병풍 장식으로는 수박이나 포도 그림이 제격이었다. 다산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씨가 많은 과일을 곁에 두었던 것이다.

민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가 1995년 첫 출간했다 절판된 책을 새롭게 개정해 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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